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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孤獨)과 우울(憂鬱) 가을은 독서의 계절, 사색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나무들이 서둘러 열매를 맺고 곧 돌아올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변을 잘 살펴보면 가을을 유난히 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나뭇잎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고 아침저녁으로 부쩍 날씨가 쌀쌀해지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울적해지면서 사색에 빠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고독해진다. 특히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이 가장 쓸쓸함을 느끼는 계절은 아마도 가을이 아닐까 생각된다. 누구나 항상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는 없다. 사람은 때때로 고독을 느낀다. 경영의 어려움을 느낄 때, 결혼하지 못했을 때, 혼자 집으로 돌아와 불 꺼진 아파트를 올려다 볼 때, 혼자 음식을 먹을 때,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날 때 등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사람은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혼자라는 생각에 빠져들어 감정을 그대로 방치하면 생각이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고 나쁜 감정이 점차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이 가을에 고독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고독 속에서 스스로 빠져나오고자 노력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신과 의사의 말을 빌리면 고독은 인간에게 필수적이지만 우울은 불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고독은 사람들 사이에서 멀어져 힘든 인연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보기도 하고 또 짙은 고독에 빠지면 다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키워져 사람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도 있다. 반면 우울은 수면과 식욕의 변화를 크게 만들며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사회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고독을 너무 즐기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우울증이 발전하면 자살 충동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독과 우울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고독(孤獨)의 사전적 의미는 ①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② 부모 없는 어린아이와 자식 없는 늙은이다. 그리고 우울(憂鬱)의 사전적 의미는 ①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음, ② <심리> 반성과 공상이 따르는 가벼운 슬픔이며 유의어는 침울이 있다. 그런데 고독과 우울 중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우울이다. 우울의 정식명칭은 우울장애, 주요 증상은 우울한 기분 또는 흥미나 즐거움의 감소다. 실제로 우울장애를 겪게 되면 우울하거나 슬픈 기분을 느끼는 것보다 공허감, 무기력함, 불안과 공포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밖에도 몸무게 감소, 불면증, 두뇌 회전 저하, 피로, 절망, 주의집중 저하, 죽음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증후군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우울장애는 다양한 영역에서 개인의 기능을 훼손시켜 가족, 학교, 회사 등에서 적응수준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우울장애는 반드시 의사의 치료와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우울장애로 인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실제 자살 시도로 인한 치사율도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며 자연치유도 기대할 수 없다고 전문가는 말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면 혼자 지내지 말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하여야 한다. 이럴 때는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항우울증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기온이 떨어지고 햇빛이 줄어들면,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적게 분비되는데 오히려 계절성 우울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3배나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즉 남성은 우울보다는 오히려 욕구불만이 더 커지는데 이는 가을에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어 감정 변화의 폭이 커지는 것이다. 결국 세로토닌이 줄어들면 여성은 우울감이 강해지고, 남성은 충동성이 강해져 욕구불만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적절한 운동과 야외활동으로 햇볕 쬐는 시간을 늘리면, 세로토닌 분비를 늘릴 수 있어 가을을 덜 탈 수 있다. 또 육식은 높이고 채식은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이처럼 계절 때문에 생기는 우울증을 계절성 정서장애라고 부르는데, 이는 태양 빛을 충분히 쬐지 못하여 체내의 비타민D가 고갈되는 것이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비타민D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합성하는 데 관여하는데, 이 물질들이 부족해지면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는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이 좋은 복지환경 등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환자가 많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우울장애를 극복한 사람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정말 어둠 속에서 발목이 사슬에 붙잡힌 채, 가슴에 거대한 쇳덩이를 매달고 고꾸라질 것 같은 몸을 억지로 추스르며 공포에 떨며 걷는 수준”의 기분이며, 자신이 어떻게 그 시절을 보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우울은 이처럼 위험한 것이다. 바야흐로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다.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우리는 누렇게 익은 벼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황금들녘, 불타는 내장산, 길가에 나란히 서 있는 형형색깔의 코스모스, 온몸을 숨겨주는 갈대숲, 천년을 이어온 은행나무, 그리고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나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소소하지만 값지고 소중한 것들을 보면서 추억을 만들어 가는 이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쪼록 이 가을에 우리는 마음껏 고독을 느끼자. 그러나 절대로 우울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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