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앞집 친구와 자주 만나 놀았습니다. 그 친구가 우리 집에서 놀기도 하고, 제가 그 친구 집에서 놀기도 했습니다.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살다 보니, 왕래가 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너무 예전이라 모든 상황들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요. 그 친구와는 어디로 돌아다니며 놀기보다, 각자의 집에서 조용히 놀았습니다. 이야기를 하거나 마당, 창고 탐사를 하면서요. 옥상에서 구슬 치기 놀이도 했네요.

어느 날 그 친구가 자기 집으로 저를 초대했습니다. 가 보니, 그 친구 말고는 아무도 없네요. 그 친구는 저에게 조용히 손짓을 했습니다. 손짓을 따라 가 보니, 그 친구가 주방 찬장에서 뭘 꺼내고 있었습니다. 뭘 꺼내나 봤더니, 분유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프리마였습니다. 작은 유리병에 프리마를 소분해 둔 것. 친구는 티스푼을 가져와 프리마를 세 숟가락 푹푹 퍼 먹었습니다. 그러더니 저에게 유리병과 티스푼을 건넸습니다. 등허리가 찌르르 간지러웠습니다. 이걸 먹어도 되나 싶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프리마를 먹지 말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몸에 안 좋다고. 기름 덩어리라고. 

금단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습니다. 어느 순간, 저도 프리마를 푹푹 떠 먹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입가에 프리마 가루를 묻힌 채로 마주 보며 한참 키득거렸습니다. 그러고 한 번 정도 더 그 집에서 프리마를 먹었습니다. 그땐 그게 왜 그렇게 맛있었을까요. 눈앞이 핑 돌 만큼 맛있었습니다. 하지 말란 걸 하는 기분도 그 맛에 한 몫을 차지하고 있었지 싶습니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