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어머니는 저를 아주 건강하게 키우려고 무진 애를 쓰셨습니다. 태어날 때 몸이 약해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서였는지. 커서도 툭하면 코피 쏟고 혈색 없고 허약해서였는지. 어머니가 제 건강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서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써 주셨어요. 어머니는 콜라, 사이다 같은 게 뼈 건강에 안 좋다고 그것들을 되도록 먹지 말라고 누누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콜라나 사이다가 너무 맛있어서, 집에 그런 게 보이면 그게 누구 것인지도 모르면서 마구 먹었습니다(어쨌거나 그때 조기 교육이 있어, 지금은 탄산 음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날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열었는데, 초록색 칠성 사이다 페트병이 냉장고 문짝 칸에 들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때는 무더운 한여름 한낮이었습니다. 이게 웬 횡재냐 싶었습니다. 저는 냉장고 문을 열어 놓은 채로 칠성 사이다 병을 땄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치켜든 채로 허공에서 병을 기울였습니다. 입 대지 않고 사이다를 마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이다는 누가 먼저 마신 건지, 병이 열려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병 안에 사이다가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사이다를 한 모금 반쯤 마시자마자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헛구역질이 나왔습니다. 입속에서 이상한 맛이 났습니다. 병 안에 든 건 사이다가 아니라 자동차 워셔액이었습니다. 누가 그걸 집에 가져다 놨는데, 또 다른 누가 그게 사이다인 줄 알고 냉장고에 넣어 둔 모양입니다. 저는 웩웩 헛구역질을 했는데, 토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러다 죽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행히 배탈도 나지 않고 아무 탈 없이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그때 이후로 집에 못 보던 병이 있으면 병뚜껑 열고 냄새부터 맡아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