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지나치게 자존심을 내세우지 마라.

자존심을 내에울 명분이 있을 때는

즐거움에 비명을 질러야 하지만

자존심을 내에울 명분이 없을 때는

비참함에 눈물을 짜내야 한다.

자존심은 대체로 두 개의 뿌리에서 나온다. 하나는 보호 본능에서 나오는

자존심이고 또 하나는 이기심에서 나오는 자존심인데,

이 중에서 보호 본능에서 나오는 자존심은 인간의 가치를 보호하고

인간으로서의 주체성을 가지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서 양보하지 말고 지켜야 한다.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정의를 지켜낼 수 있는 것은 보호 본능에서 나오는

자존심의 덕분이다.

그러나 이기심에서 나오는 자존심은 되도록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보호 본능을 뛰어넘어 자신을 타인들보다 앞세우거나 더 나은

고지에 올려놓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것으로서 그것을 행사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가 된다.

자신보다 월등히 나은 배필을 찾기 위해 지나치게 자존심을 부리다가 그만 혼기를

놓쳐 노처녀, 노총각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은 이기심에서 비롯된 자존심 때문이다.

보호 본능에 의한 자존심의 행사라 할지라도 경건하고 품위 있게 나와야 한다.

자존심은 정당하게 행사하면 자신이 가치를 지켜 주는 최고의 방패가 되지만,

그것을 남용하여 이기심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행상하면 도리어 자신의 가치를

위태롭게 만드는 창이 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