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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음료수 자판기가 돈을 삼킨 기억들을 가지고 계십니까?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음료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사이다나 콜라 같은 탄산음료는 마시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편의점이 널려 있지 않을 때는 음료 자판기나 커피 자판기가 건물 안이나 건물 밖에 제법 많았더랬습니다. 요즘은 편의점 탓인가 그리 눈에 많이 띄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하튼.
학원에 다니던 때였습니다.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간 조용한 새벽이나 밤늦은 시간을 참 좋아합니다.
집중이 가장 잘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날도 늦게까지 학원 강의실에 남아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눈도 피곤하고 기지개도 펼 겸 잠시 바깥 공기를 마시고 싶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면 1층 현관문 입구에 음료수 자판기와 커피자판기 두 대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갈증도 나고 해서 음료자판기에 동전을 넣었습니다. 딱히 먹고 싶은 건 없었기에 그나마 그중에서 암바사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판기가 돈만 삼키고 음료를 내보내지 않는 겁니다. 누구나 그러듯이 버튼을 다시 눌러도 보고 음료 나오는 곳을 들여다보고 손도 넣어 요리저리 있나 없나 하고 휘저어보기도 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동전반환 작동기를 돌려도 동전이 떨어지지도 않았습니다.
앞에 친구가 자판기가 돈 먹었다고 완전 먹통이라고 엄청 구시렁거렸습니다.
그때 내가 몇천 원도 아니고 고재 몆백원 가지고 쉬는 시간 내내 징징대냐고, 빨리 잊으라고 말을 했었는데.
아니, 내가 당해보니 이게 돈이 문제가 아니고 기분이 나빴습니다. 꼭지가 돈다는 친구의 말이 공감되는 겁니다.
나는 동전을 먹은 자판기의 나쁜 행실에 복수라도 하듯 자판기를 발로 찼습니다. 차다 보니 너무 세게 찼는지 소리가 크게 울렸습니다. 잠시 주위를 살폈지만 , 다행히 늦은 시간이라 고요했습니다.
이왕 찬 거 아까는 내 동전 먹은 죄, 이번에는 친구를 대신하여 친구 돈을 삼킨 죄를 물어 한 대 더 찼습니다. 조금 더 세게.
재수 없다 여기고 강의실로 가려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 우르르 쾅 하고 음료 떨어지는 소리와 따따닥닥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동시에 나는 겁니다.
몸을 반사적으로 돌리고 음료 통에 손을 넣으니 차디찬 캔이 잡혔습니다. 그걸 꺼내 손에 들고 이번에는 동전함에 손을 넣으니, 이게 무슨 일이래?
백 원짜리 잔돈이 우르르 잔돈 반환함에 쌓여있는 겁니다. 손바닥으로 끌어 움켜잡으니 한주먹이었습니다.
망설였을까요? 아뇨. 망설이지 않고 이게 웬 횡재 하고 동전을 들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공짜라 그런지 암바사가 정말 달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아버지 말씀이 맞는 것처럼.
TV 화면이 잘 안나면 아버지는 TV를 요리조리 손바닥으로 때리면 화면이 잘 나오고는 했습니다. 그러면 맞아야 말을 잘 듣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얘(자판기)도 맞아야 되나 그렇게 합리화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다음 날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했고 그 돈으로 어묵을 사 먹었습니다. 겨울이었습니다. 어묵 국물이 끝내줬습니다. 그때는 단지 어려서 눈먼 돈이나 행운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는 손해를 봤을 테고 음료수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더 남의 재산을 편취 내지는 횡령한 거라고 인정해야 될 것 같습니다.
#행운#횡령#음료 자판기 
글로벌K스타모델콘테스트조직위원회 발대식 및 임원위촉식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