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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자주 해 먹는 반찬 두 번째, 버터 구이 감자입니다. 사진 속에는 마늘도 들어 있네요. 마늘이나 양파를 곁들이면 그 풍미가 더욱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거뭇거뭇한 것들은 후추입니다.
저는 불과 최근까지만 해도 감자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휴게소 가면 알감자 사 먹는 거 좋아했지만, 집에서까지 감자를 즐겨 먹지는 않았어요. 감자는 늘 싱겁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감자보다는 고구마가 더 좋았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감자에 대한 관념이 통째로 엎어졌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농사 시작하고 처음 심은 작물이 감자거든요. 얼마나 소중하던지. 감자를 캐는 날에는 숫제 눈물까지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감동이어서요. 씨감자가 어떻게 저만큼 많은 감자를 주는 거지? 땅은 정말 대단하다. 너무 감사하다. 농사 짓길 잘했어. 그런 생각들이 뒤엉켜 일어났습니다.
역시 사람은 직접 자기가 뭘 해 봐야 그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나 봐요. 맛 없던 감자가 왜 그렇게 맛있던지. 그 이후로는 감자 편식을 딱 끊었습니다. 제가 재배하지 않은 감자들도 모조리 맛있었습니다. 저마다의 감자가 땅에서 자라 여기까지 왔을 거라 생각하니, 기특하기도 했구요.
감자가 비타민이 그렇게 많이 들어 있다고 하네요. 감자도 고구마도 참 친숙한 재료들인데 참 몸에 좋은 듯해, 감사합니다.
농사를 짓고 요리를 하면 가장 범상한 것들에 가장 깊은 감사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내가 여기에 그냥 서 있는 것 같아도, 사실은 수많은 것들이 나를 지탱하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
올해는 작년만큼 농사에 열심이지 못했습니다. 가용 농토가 줄어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저는 천연 비료만 열심히 만들어 날랐습니다. 계절의 비와 볕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풍성한 양식을 안겨다 주네요. 올해 채종한 토마토들을 내년에 심을 생각을 하니, 다시 설레는 기분입니다.
감자 철이 지나고 요즘은 고구마가 많이 보입니다. 아직은 고구마로 빵만 만들어 먹는데, 조만간 고구마로 다른 요리들도 해 먹어 봐야겠습니다.
22025년 제22회 베라쟈프 국제모델위원회 경주도자기축제 박옥순 디자이너 패션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