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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자주 오는 것 같습니다. 여름 끝자락에서 시작해 가을 초입을 지나 계속 날씨가 우울합니다.
비를 좋아하지만, 너무 자주 오다 보니 촉촉하다는 느낌보다는 물에 담가놓은 빨래처럼 축 늘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 꽤 햇살이 좋았습니다. 그동안 젖어있던 감정도 말릴 겸, 교육도 받을 겸 해운대로 나갔습니다.
그냥 말리고만 나온 머리카락들은 고무줄에서 해방되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휘날립니다.
가을바람에 살짝살짝 휘날리는 느낌만으로도 '가을이구나' 가 느껴지고 여름내 덥다는 이유만으로 묶어놓아서인지 풀어놓은 것만으로도 홀가분하고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짝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겨 고정하는 작업을 할 때면 액세서리 없이도 수수하게 멋 부리는 느낌이 납니다. 그런 기분 탓인지 가을이면 긴 머리가 좋습니다.
점심을 빨리 먹고 해운대 바닷가를 걷기 위해 살랑살랑 부는 마음만 가지고 나갔습니다. 건물 안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밖에서 체감하는 온도는 참 달랐습니다.
아침에는 추워 두껍게 입고 나왔는데 낮은 햇살이 제법 뜨거운 티를 내는지 살짝 더웠습니다.
거기다 바닷가 주변이라 그런지 바람이 심하게 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감 잡을 수 없는 바람이었습니다.
바람이 한 방향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치고받는지 오른쪽에서 왼쪽에서 앞에서 뒤에서 불어대는 통에 머리카락이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지금 바람 부는 상황이 비오는 날이었으면 분명히 우산은 온전히 살아남지 못할 날씨였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설치는 바람에 묶지도 않은 긴 머리카락들이 시야를 가리거나 헝크러져 이미 스타일과 분위기는 물 건너갔습니다.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겨 꽂아놓으면 뒤에서 바람이 휙 불어 머리카락을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지게 넘겨버렸습니다. 손으로 시야를 가린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정리해도 금방 바람에 의해 엉켜버렸습니다.
뒤에서 바람을 불 걸 예상하여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나눠 오른쪽, 왼쪽 귀 앞으로 각각 가져와 가지런히 놓아두면 이번에는 옆에서 훅 불어와 얼굴을 가렸습니다. 가린 수준이 아니라 거의 덮치는 수준이었습니다.
햇빛은 초여름처럼 내리쬐고 그늘도 별로 없는 해운대 바닷가 주변을 걷는데 바람은 골목골목마다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불어서 대처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머리카락으로 인해 감정선이 여러 번 무너지자 눈에 보이는 미용실로 들어갈 뻔했습니다. 머리카락이 거슬리니 확 '짧게 잘라주세요.' 외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고비를 넘겼습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추운 날씨에 머리카락이 목덜미를 덮지 않으면 거북목처럼 들어갈 것입니다.
추울 때는 머리카락을 기르는 편이고, 더울 때는 자르는 게 내 몸이 적응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걸 압니다. 홧김에 자르고 후회한 적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을이 되면 머리를 묶지 않습니다. 여름에는 더워서 머리카락이 날리는 거나 목 뒷덜미에 닿는 것만으로 답답해서 최대한 머리 정수리 부분으로 올려 묶습니다. 얼굴에 한 가닥도 닿지 않게 최대한 끌어모아서 구속하지만, 가을이 되면 머리카락 날리는 것이 좋습니다. 목덜미를 다 덮어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마치 부드러운 옷감처럼 닿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고 흰 머리카락이 차츰 늘어나는 걸 보면서 이제는 긴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게 힘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은 비가 옵니다. 비가 오려고 어제, 그제 날씨가 그랬나 봅니다. 주말에 참 자주 비가 오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비 온다고 해서 외출을 하지 않거나 못한 날이 유독 9월, 10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날씨로 인해 감정이 크게 영향받지 않으려 하지만, 솔직히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 것 같습니다. 분위기를 많이 타는 편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글로벌K스타모델콘테스트조직위원회 발대식 및 임원위촉식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