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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에 취한 버스 안에서 참묵을 껴안고
선운사를 간다, 슬피 간다
이 고독한 여행
그리움으로 그리다 만
이 여린 고독은 노을이 되고
기다리다 지쳐 저녁연기가 되어버린,
저어기 저 선운사의 어지니꽃 한 송이
저마다 가져온 가난한 사람들의 사연들이 서러워 서럽다
기다림이 병이 되어버린 사연도
서러운 사연을 입에 물고 찾아온
저 아낙들의 서러운 이야기도
소리에 치이고 그늘에 젖어 고요해진다
나는 그리움이란 이 언어를 감히 가질 수가 없다
마음이 허물어지고 아는 것만으로 눈이 부신
저어기 저 보랏빛 어지니꽃 한 송이
마애불 앞에서
고결한 침묵과 청빈한 언약
나는 나만의 몸짓으로 이 하루를 기억한다
나는 언어의 온기가 묻은 이 슬픔을 기록한다
빈 의자는 허리를 굽혀 땅바닥에 연서를 쓰고
아! 빈 의자, 그냥 지나친다
이 연서가 모이면 그리움의 원형이 되겠지
이 연서가 모이면 기다림의 초석이 되겠지
눈물마져 가져가 버리는 이 쓸쓸한 세상
나는 그 그리움을 가지러 여기까지 왔다
나는 그 기다림을 안으러 여기까지 왔다
그냥 이 마음 이대로 여기까지
눈빛을 마주하고 말없이 붉은 술 한 잔씩 나누어 마시며
애잔한 마음으로 물끄러미 머언 산 쳐다보는
이 서러움아!
하루가 뒤셖여 또 하루가 정리되지 않는 일상
어딘가에서 능소화가 피고
어딘가에서 푸른 감잎도 물들어 가겠지
먼저 고민하고 먼저 떠나보내고
또 먼저 찾아오는 이 고독이 아프다
이 모든 것 사랑이어서 아프다
그리워서 야위어가는 이 슬픔마져도
어쩌다 산새가 되어 먼 곳으로 날아갈까 두려워
상심한 얼굴엔 슬픈 꽃이 피어난다
오늘은 슬품이 어지니꽃에도 푸르게 묻어있다
아, 그립고 슬프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의 일이라, 아프다
#어지니꽃#김인석#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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