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받은 선물들이 뭐가 있는지 둘러보고 기억을 되 새겨 봐도 눈에 띄는 게 없고, 기억 속에도 가물가물하다. 많이 주기도 했고 많이 받기도 한 것 같은데 어째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다. 생일 이래 받자 기억하면 미역국 한 그릇이 다고 입학이나 졸업은 어차피 살아가면서 누구나가 겪게 되는 일이니까 이것도 패스, 그러다 보니까 특별한 날이라 받은 선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리저리 눈을 돌리다 보니 먼지가 뽀얗게 앉은 자전거가 눈에 들어온다.

몇 년 전(?) 사무실 주소를 묻는 친구의 카톡 메시지에 별 생각 없이 적어 보냈는데 며칠 후 사무실로 배달 된 자전거 한 대...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때 같이 자전거를 타면 좋겠다며 보내 준 것이다. 날로 약해져 가는 체력과 늘어나는 뱃살을 어찌 해 보고자 어찌어찌 타게 되었는데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타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에도 까마득해 잘 탈수 있을까 싶었지만 다행히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는 묵직하게 전해져오는 엉덩이의 둔통에 적응이 되질 않아서 한 참을 고생하기도 했다. 몽둥이로 맞는 것하고는 또 다른 고통이 느껴질 때면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고 타기를 반복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도 차츰 적응이 되고 금호강 옆으로 닦아 놓은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 보면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하고, 계절이 바뀌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허벅지에 전해지는 묵직한 고통도 차라리 기분이 좋게 느껴질 만큼 여름이고 겨울이고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1~2년 남짓 자전거를 탔을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좁은 자전거 도로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이런 저런 사고(?)들이 생겨났다. 가고 오는 방향을 선을 그어 구분해 놓았음에도 무시하고 마주 오는 자전거가 비켜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고 여러 명이 한꺼번에 타면서 길을 막아 추월할 수도 없게 만드는 가하면,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길에 쓰러져 있는 경우도 여러번 목격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 겸 운동도 할 겸 해서 타게 된 자전거였는데 오히려 스트레스와 짜증이 밀려오다 보니 조금씩 뜸해지다가 지금은 먼지만 뽀얗게 쌓인 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전거를 받을 때 열심히 탈거라고 친구와 약속했는데 몇 년 째 그 약속을 못 지키고 있다. 자전거도 열심히 달릴 날 만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 자전거를 타면서 찍은 사진들중 일부입니다.**

억수로빠른 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