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꽃 하면 곧바로 '유채꽃'입니다. 눈부시도록 노란색이 제주를 상징하는 색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래 글은 일제시대 그들은 왜 제주도에 유채꽃을 심었을까를 궁금해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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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꽃'으로 구글에서 검색하면 이렇게 노란색 일색이다. 유채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의 책을 보면서이다.
"석주명 평전"의 저자 이병철은 이렇게 적고 있다. (더 읽으시려면)
'당시 같이 근무하던 토평리 출신 김남운(서귀포시 토평동 거주)을 일본 교토대학에 보내어 유채와 겨자씨를 1~2홉씩 가져오게 해서 시험 재배했다. 오늘날 제주도의 봄철을 상징하는 유채는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석주명이 제주도에 있었던 시기는 1944년~1945년이니 그 시절 일이 되겠다. 그러나 약간은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았다. 이게 사실이면 널리 회자되어야 할 일일텐데 조용한 게 말이다.
'유채꽃 후지산"이라 검색하면 이렇게 설산과 노란 유채꽃이 함께 하여 특이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나는 그래서 "왜 제주도에 유채꽃을 심었을까?"의 결론을 일본인들의 집요한 미의식이라 추측했다. (더 읽으시려면)
그런데 그게 단순히 보기좋음의 문제뿐만 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일본 문화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된다.
일본어 잡지 "일본어 저널"(2017년 1월호)에 "이것이 일본 3대 잎채소 장아찌다!"를 싣고 있다. 장아찌 하면 우메보시만 아는 판에 이파리로도 장아찌를 담네 하면서 눈길을 주니, 어랏, 유채꽃이네
입채소 장아찌는 예부터 일본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반찬이라고 한다. 그 중에 다카나 장아찌, 노자와나 장아찌, 히로시마나 장아찌가 3대 잎채소 장아찌인데, 놀라워라 모두 봄이면 노란 꽃을 피는 유채과의 채소라니...
그러니까 석주명 이전에 제주도에 있던 일본인들은 고향의 맛을 잊지 못해서 제주도에 유채과를 심었을 거라 본다.
*출처
검색을 제대로 하지 못해 겨우 찾은 일제하 제주도에 거주한 일본인들의 수를 담은 표이다. 1941년 제주도 전체에 조선인은 20만명이고 일본인은 1400여명이다. 그리고 이게 다가 아니라, 제주도에는 일인 군대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기후도 비슷한 제주도에 유채꽃을 '본격적으로' 심은 이유는 석주명이라고 보기보단, 일본인들의 식문화 떄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에 봉착했다.
입채소 중에 제일 유명한 다카나 장아찌는 규슈 지방이 유명한데, 중요한 것은 민숭민숭한 유채가 아니라 알싸한 '갓'이라는 것. 검색해보니 유채, 겨자, 갓은 같은 과의 식물이긴 하지만, 그 맛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유채로 장아찌를 담았을 리는 없을 거라 생각하고 더이상 궁금증은 그만두려 했는데...
"석주명 평전"을 다시 꼼꼼히 읽으니, 아니나 다를까 "유채와 겨자씨"라는 말이 나온다. 이제까지는 단순히 제주 유채꽃만 관심이 있었기에 '겨자'는 읽히지 않고 있던 셈이다. 겨자라고만 했는데, 겨자는 와사비용 뿐 아니라 장아찌용도 있었을테고 그리고 분명히 갓 씨앗도 포함되었을 거라 본다.
그리고
따라서 석주명이 왜 유채와 겨자씨를 가져오라고 부탁했는지도 짐작하게 된다. 석주명은 규슈지방의 가고시마 농업학교 출신이라 그 시절 일본의 식단에서 먹은 갓 장아치가 그리웠으리라. 따라서 우리가 외국 나가는 사람에게 물건 부탁하듯이, 그 역시 일본에서 가져온 갓 씨앗을 직접 심어 다카나 장아찌를 먹으려 했으리라...
석주명을 본격적으로 나비로 이끈 스승도 일본인이고, 학문의 열정이 강한 그는 음식에 관해서도 그렇게 일본에 대해 혐오적이지 않았을 거라 짐작한다.
노자와나 장아찌는 일본 북알프스가 있는 나가노 지방의 노자와 온천에서 주로 생산된다니, 한번 먹어봄직하다. 히로시마나 장아찌는 히로시마 지방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매운맛이 도는 배추-크기가 2,3kg이나 되는-가 주 재료라고 한다. 각종 잎채소로 장아찌를 만든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상, 일제 때 왜 제주도에 유채꽃을 심었을까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였습니다. 그들은 아마 유채꽃 뿐 아니라 갓과 겨자도 심었을 것이고 그 용도는 일본인들의 심상 요리인 장아찌를 먹기 위해서라는 게, 근거없는 제 추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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