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벅스에서 대학 시절 이야기를 여러 번 했기 때문에, 저간의 자세한 상황 설명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체벌이 줄을 잇는 군대식 문화가 너무 괴로워서 대학 자퇴를 결심했고, 일단 휴학계를 제출했습니다.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었습니다.

제가 휴학계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화를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수화기 너머에서 말했습니다. "일단 집으로 와라."

집으로 갔더니 어머니는 별다른 말이 없으십니다. 저보고 학교에 도로 가라 마라 말씀이 없으십니다. 어머니도 알고 계십니다. 제가 학교에 도로 돌아가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하리란 것을. 어머니는 갈등하셨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 저를 위한 일인지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했던 걸까요. 

무더운 늦여름 어느 날, 저는 어머니를 통닭 집으로 모셨습니다. 어머니께 맥주 한 잔 올리며 저의 속마음을 모조리 털어놓았죠. 어머니는 통닭을 뜯다가 맥주 잔을 들었다 놓았다 하시며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셨습니다. 원래도 어머니는 제가 이야기할 때 중간에 말허리를 자르는 법이 없습니다. 

결국 어머니 입에서 "그렇게 해라."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니가 죽는 것보다야 살아서 뭐라도 하는 게 낫다고 하시면서. 너의 선택을 존중해 주겠다고 하시면서. 대신 열심히 살라고 하시면서. 그때 얼마나 기뻤는지. 어머니는 당신의 실망감을 가슴 안에 포개어 넣고, 저의 안녕을 빌어 주셨습니다. 

그 통닭 집이 아직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때도 노포였는데. 아마 지금은 그 통닭 집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어머니께서 술을 마시지 않으시지만, 그때 어머니는 맥주나 막걸리를 한 번씩 즐겨 드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술 한 잔 올리면서 제 마음을 이야기하면 어머니가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뇌물이었죠. 

가끔 어머니와 그때 이야기를 합니다. 주로 제가 이야기를 합니다. 어머니는 빙긋 웃으며 이렇다저렇다 말이 없으십니다. 어쨌거나 지금 행복하면 그걸로 되었다 하십니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