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왠만한 아파트 조경수는 소나무이고, 무심코 소나무는 한국의 원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100년 전만 해도 사정은 달라진다.

올해 3.1절 애국가 논란을 통해 소나무와 아카시아에 대해 다소 당혹할 내용을 한번 복습 해보자.

올해 3.1절의 친일논란의 대상으로 '애국가'가 선정된 이유는 이해영 교수가 "안익태 케이스"라는 책을 발행해서이다. 사실 초등학교 때 '가을하늘 공활한데'로 시작하는 3절에서 그놈의 공활이 무언지 항상 궁금했다.  누구에게 물어 볼 사람도 없고, 여느 친구들처럼 '꿩알'로 개사해서 불렀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지금까지 찾아보지 않은 터라 이참에 가사를 찬찬히 살펴 보았다. 구한말의 '현실'을 그리 반영하지 못한 느낌이 들긴 들고, 특히 2절의 '남산위의 저 소나무' 그리고 3절의 '밝은 달'이 좀 걸린다.

'조선신문'은 일제 때 경성과 인천에 거주하는 몇십만명의 일본인들을 위한 신문이라고 한다. 1926년 1면의 '근하신년'의 도안을 보면 좌측에 소나무와 대나무, 우측에 벚꽃과 대나무가 있다. 

소나무가 한국인의 심성의 나무이니 내선일체를 뜻하는 걸로 짐작하기 쉽겠다. 그러나 아니다. 소나무, 벚나무 할 것 없이 그들에게 동해 너머 해뜨는 곳에 있는 고향인 일본의 상징이다.(이기 쉽겠다)

소나무는 일본의 나무이다.

1921년 조선을 찾은 난바 센타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더 읽으시려면 여기를)

그렇다고 해서 소나무가 우리민족과 함께 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한국인들은 노래가락에 어떤 나무들을 실었을까를 읽으시려면 여기를

그렇다면  대나무는 어떠한가? 일본인들은 성에 왜 소나무와 대나무를 심었을까?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 더 읽으시려면 여기를)

2절의 키워드인 소나무에 이어 3절의 키워드는 '밝은 달'이 나온다.  조선인들이 달을 '일상적'으로 즐기긴 했을까? 소나무와 달의 조합은 어떠한가? 놀랍게도 송월정 또는 월송정이라는 이름의 정자는 별로 없다. ( 더 읽으시려면 여기를)

한편, 여기서 아카시아도 한번 생각해 볼 나무이다. 난바 센타로는 이렇게도 적고 있다.

아카시아도 일제 때 그들의 간악한 음모라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이 역시 놀랍다. 아카시아를 한국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은 적지 않다.

일제 때 금강산을 찾은 한 일본인은 '금강산의 소녀'를  '조선에는 아카시아가 많다'로 시작한다.

요즘 인기 많은 소설가 온다 리쿠가 한국 공항에서 첫 인상은 이렇게 시작한다.

센다이 출신의 그녀는 아카시아를 처음 본 듯 하다. 아카시아는 일본 전역에 산재한 나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참고로 '이름만 듣고 불그스름한'이라고 한 건 아카시아의 '아카'가 빨간 약 '아카징키'에서 보듯 빨간색이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가까운 백년 전 조선의 산과 들을 실제로 수놓았던 나무들을 한번 '낯설게' 살펴보았다. 어떤 것은 사실일 거고 어떤 부분은 견강부회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낯설게 하기라는 의도를 이해해 주시라.

* 참고로 애국가에 대해, 그리고 특히 소나무와 무궁화에 대해 강효백 교수의 이야기 재미있다. 물론 그의 이야기에 학계가 동조하는 것 같기는 않고.--> 여기를. 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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