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품격을 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이라는 것이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워지고, 쉽게 생각하면 한없이 쉬워지는 것 같다. 책 속에 적어 넣는 글도 글이지만 댓글, 문자, 카톡 메시지 속에 적어 넣는 글도 글이라. 업무상 보내는 메일도 글이다. 엄밀히 따져 보면, 우리 모두가 일상적으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나의 ‘글 생활’은 어떤가. 이 책을 읽으며 그 부분을 수없이 돌이켜보았다.

나는 어떤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는가.

내 글에는 과연 품격이 깃들어 있는가.

글쓰기를 업으로 삼으면서, 그동안 글쓰기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어 보았다. 이 책의 저자인 이기주님이 수 년 전에 펴내신 글쓰기 책도 읽은 적 있다. 『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라는 책이었다. 그때 그 책에서는 글쓰기의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배웠는데, 이 책에서는 태도적인 부분을 많이 배우게 된다.

저자의 저서 『언어의 온도』도 읽은 적 있는데, 그 책과 이 책의 결이 많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친숙한 내용으로 편안하게 글을 열면서도 핵심은 간명하게 보여 주는 것.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길을 잃는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았다. 차분하고 친절하면서도 길을 정확히 알고 있는 안내자와 함께인 듯하였다.

글쓰기를 업으로 둔 사람이 아니어도,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바가 많을 것 같다. 저자는 글쓰기가 삶에서 나오는 거라고 보았기에, 이 책은 삶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공감도 되고 내 나름의 생각 정립도 된다. 생각이 수정되기도 하였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대목이 있으니, 그것은 ‘많이 읽고 많이 써라.’다. 이 책에도 그런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나는 그 대목에 깊이 동의한다.

생각이나 느낌을 직접 글로 옮기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나는 아직도 초고를 쓸 때마다 내 생각과 내 글 사이의 커다란 구멍을 메우느라 진땀을 쏟곤 한다. 어느 때는 이미 개요가 짜여 있는 듯 글이 술술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글을 쓸 때 나는 글의 뼈대를 먼저 세우고 거기에 살점을 붙인다. 그래야 글을 끝까지 써 낼 수가 있었다. 물론 이것은 정답이 아닐 것이다. 이것저것 읽어 보고 써 본 결과, 나에게 제일 잘 맞는 방식이 이것일 뿐이다.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글쓰기 양식을 찾는 일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어서, 그걸 찾으려면 부지런히 생각하고 느끼고 읽고 쓰는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스승들로부터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글쓰기에 지름길은 없지만, 글쓰기 실력 향상을 도와주는 다양한 조언들은 지천에 널려 있다.

과거에 나는 유려한 글을 쓰고자 했다. 멋있는 글. 지금은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 그 너머에 사람이 보이는 글. 그 너머에서 온기가 뿜어져 나오는 글. 그 너머에 한 사람의 세계가 있다고 짐작되는 글.

나는 사람과 삶을 쓰고 싶고, 그렇게 쓴 글로 누군가의 마음을 덥혀 주고 싶다. 내 온기를 나눔으로써. 필요하다면 내 글로 누군가를 부축도 하고 싶다. 나를 지탱한 지팡이를 누군가에게 빌려 주고도 싶고, 내가 쓰던 망원경을 빌려 주고도 싶다. 최고를 보여줄 수는 없어도, 인간의 최선을 보여주며 동질감을 선물하고 싶다. 가장 보통의 인간 모습을 보여주며 안도감을 선물하고 싶다. 나만 유별난 게 아니라는 안도감. 다들 제 나름으로 애쓰며 살아간다는 느낌에서 오는 연민은 스스로를 유난히 쥐어짜고 있던 손을 느슨하게 풀어 주니까.

그런 부분들에 대해 폭넓은 숙고를 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다음은 책을 읽으며 메모한 것들이다.

-주변에서 맞닥뜨리는 사물과 현상을 헤아리면 근원과 만나게 된다. -> 모든 게 배움의 원천이다. 글쓰기의 원천이기도.

-잘 쓰는 것보다 잘 느끼는 게 중요하다.

-독자의 가슴에 가 닿는 도입부를 써야 한다.

-문장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는 일.

-과한 설명 대신 문장을 담백하게 만들어 독자가 생각의 나래를 펼치도록.

-단련 없이는 병장기의 날이 서지 않는다.

-다수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실 뒤에 뭐가 숨어 있는지 살피라.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

-글쓰기 노하우는 기술보다 습관에 가깝다.

-독자가 분명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