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홀리데이

한 여자가 있습니다.

대형 백화점 주방용품점에서 일하고 있는 수줍음이 많은 여자입니다. 그녀의 일상은 퇴근 후 장을 보고, 요리 방송을 보며 요리하는 것을 즐기고, 이웃집에 사는 소년의 저녁까지 챙기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녀는 ‘꿈꾸는 일들’(possibilities book)아라는 책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들, 꿈꾸고 있는 일들이 담겨 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위시 리스트나 버킷 리스트 쯤 되겠지요.

그녀는 같은 매장의 생활가구용품점에 근무하고 있는 한 남자를 짝사랑하고 있지만 고백도 못하고 주위만 맴돌고 있습니다. 주 마다 있는 정기 제품 시연회 날 맛있는 음식 냄새를 참지 못해서 왔다는 그 남자와 이야기를 하다가 수납장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기절하게 되고 그 남자가 병원에 데려다 줍니다.

머리가 부은 것뿐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에게 의사는 램핑턴(?)병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병명으로 3주라는 시한부 판정을 내려 충격을 받습니다.

‘꿈꾸는 일들’이라는 책을 보며 이루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 아쉬워하고 슬퍼하다가 3주간의 짧은 인생이 남았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을 가지고 평소에 가고 싶어 했던 체코에 있는 퍼프라는 호텔로 여행을 떠납니다. 비행기의 일등석과 연말 특별식,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생애 처음으로 헬리콥터도 타보고, 웅장하고 아름다운 호텔에 유명한 인사들만 묵는다는 가장 비싼 룸에 그동안 입어보지 못했던 멋지고 예쁜 드레스와 평소 팬이었던 유명한 쉐프의 요리, 다양한 익스트림(?) 액티비티와 카지노에서의 대박....

탕진 재미에 빠져있는 그녀를 보고 같은 호텔에 묵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가 엄청난 사람일 거라는 오해를 하고 뒷조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중에 생의 마지막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보내기로 하고 돌아갈 결심을 하게 되는데....

이상은 2006년에 개봉한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의 줄거리입니다.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3주라는 시한부 판정...나라면 과연 어떠했을까하는 상상을 잠시 해보게 됩니다. 사람들과의 이별에 슬퍼하기도 하고 왜 내게 이런 일이 하며 신을 원망하면서 분노하기도 할 것 같고 체념하면서 받아들이고...그 다음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게 되겠지요.

영화가 막 화려하거나 영화적 장치가 곳곳에 숨어있거나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고, 잔잔한 공감과 감동 때문에 여운이 오래 갈 수도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예상했음직한 반전도 있네요.

한국에서는 미개봉 작품이라는데 기회가 되신다면 한 번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올려봅니다.

억수로빠른 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