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호프만시탈

 

봄바람이 달려간다.

잎사귀 없는 가로수 사이를

이상한 힘을 지닌

봄바람이 달려간다.

 

흐느껴 우는 소리 나는 곳에서

봄바람은 몸을 흔들었고,

사랑에 가슴 아픈 아가씨의 흩어진 머리칼에서

봄바람은 몸을 흔들었다.

 

아카시아나무를 흔들어

아카시아꽃을 떨어뜨리고,

숨결 내몰아 쉬고 있는

두 연인을 차갑게 했다.

 

소리내어 웃고 있는 아가씨의

입술을 살짝 어루만졌고

부드러운 봄날에 눈을 뜬 들판을

여기저기 돌아다니 것이다.

 

목동이 부는 피리 속을 빠져 나와

흐느껴 우는 소리와도 같이

새벽놀 붉게 물든 곳을

휠휠 날아 지나온 것이다.

 

연인들이 속삭이고 있는 방을

봄바람이 말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희미한 낚시 불빛을

허리를 굽히면서 끄고 온 것이다.

 

봄바람이 달려간다.

잎사귀 없는 가로수 사이를

이상한 힘을 지닌

봄바람이 달려간다.

 

벌거숭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면서

봄바람의 입김은

창백한 그림자를 뒤따른다.

 

지난밤부터 불고 있는

이른 봄날이 오솔바람은

향긋한 냄새를 지니고

이 마을에 찾아왔다.

 

호프만시탈 : 오스티리아의 시인 극작가. 비인에서 태어나 17세 때 희곡 

<어제>를 발표해 세인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극작을 하는 중간에 시를 

써서 33세에 <<시집>>을 냈는데 이 책은 게오르게와 함께 독일의 

근대시의 길을 여는데 공헌을 했다. 이후에는 주로 고전극을 20세기의 

입장에서 개작한 많은 희곡을 썼다. 그는 산문에 능했고 주로 희곡에 

치중하였다. 그는 서유럽의 정신적 전통 위에 선 마지막 작가라는 평을

듣는다.

「이른 봄」은 상당히 경쾌한 작품이다. 1연을 보면 아직 봄이 도달한 것은

아니다. 초봄에 봄의 향훈을 가진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것 뿐이다.

아직 봄은 멀었으나 시인의 마음 속에는 이미 봄이 와 있어서 지나간

봄날들에 대해 회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7연에 이르면 1연이 

반복되면서 다시 현재의 봄으로 돌아와 마른 가지 사이로 불어가는

봄바람이 지난밤부터 불고 있음을 노래한다. 긴 겨울을 지닌 후 

봄기운을 맞아 봄의 아름다움과 봄의 이억들을 되살리는 내용을 

현재 과거 현재라는 시간적 구조 속에서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