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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달래는 법
"이게 뭐야? 빤 거야?" 양말을 들고 내게 언짢은 표정을 짓는 남편이다.
난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그럼요. 벗어놓은 그대로 빨았습니다." 
"꼬깃꼬깃하잖아. 돌돌 말려져 있는데 제대로 빨렸을까?"
돌돌 말려진 양말이 제대로 빨렸을까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다. 
"나도 모르지. 그래도 당신은 빨아진 상태에서 뒤집으니 냄새는 덜 나겠다. 나는 냄새 나는 거 매일 뒤집느라 속이 여러 번 뒤집혔는데?"
"복수야?"
"복수?  그럼 당신은 이때까지 나 골탕 먹이려고 뒤집어서 벗었어?"
"그건 아니지. 습관이라서 그런 거지!"
"마음대로 해, 뒤집어서 벗든, 바로 벗든 난 벗어놓은 그대로 세탁기에 넣어서 돌릴 거고 건조대에 말릴 거야. 신든가 말든가 당신 알아서 해."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는 남편으로 인해 세탁할 때마다 화가 치밀었고, 뒤집어 벗지 말라는 데도 그는 변함없이 뒤집어 벗었다.  뒤집는 것도 모자라 돌돌 말아 놓았다. 동그란 공처럼 뒤집어 말아진 양말을 보면 화가 나서 쓰레기통으로 날려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나는 앵무새처럼 매일 지저귄다. 양말 제대로 벗어놓으라고.
양말을 뒤집어 벗지 말라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인지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습관이 참 무섭구나!
 
그래도 내가 무언가를 요구하면 사람이 하는 소리이니 알아들을 거로 생각했다. 말귀를 알아듣는 어른이 아닌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으니 달라질 거라 기대했다. 나의 오만함이었다. 헛된 꿈이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행동이나 성격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왜 몰랐을까. 
누군가로 인해 변할 사람이었다면 벌써 달라졌을 것이라는 걸. 
도대체 난 맨날 무엇을 기대하며 언어를 투척하고 있었던 것일까?
 

 

바뀌지도 않는 상대는 그냥 벽이다. 내가 아무리 공포탄을 날리고 화를 내도 그냥 귓등만 치고 튕겨 나오고 만다. 
아~ 이러다 나만 성격이 나빠지겠구나! 생각했다. 혼자만 열 받아서 화가 치밀어 오를 뿐이었다.
남편의 표정은 아무렇지 않다. 
그냥 잔소리에 불과한 내 말들, 무시당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왜 몰랐을까.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기 위해 화내기보다 그냥 바꿀 수 있는 나에게 초점을 맞추는 게 빠르다는 걸. 이런 소모전을  반복하는 일이 숨 막혔다. 
그래서  그가 한 행동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다. 
 

 

남편이 달라지기 바라느니 내가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동그랗게 말아놓은 양말을 그대로 세탁기에 담아 돌렸다. 그대로 말리고 그대로 양말통에 담아두었다. 
그랬더니 남편이 양말을 신을 때 불만이었다.
제대로 벗은 양말이었다면 그대로 발가락만  집어넣으면 될 일인데, 돌돌 말려진 양말을 펴고 양말을 뒤집고 거기다 제대로 빨렸을지 찝찝한 감정까지 ...  불쾌한 것이다. 내가 매일 느끼던 불편함이고 불만이었던 것이 이제 그에게 조금 전달된 것 같다. 역지사지라 했던가. 
 
진작에 저 사람의 나쁜 습관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대응했어야  했었다. 자꾸 화내는 상황이 짜증 나서 긍정적 방향으로 돌려보자고 생각한 데에서 출발했다. 어쩌면 바뀔 거라는 기대치를 버렸다. 남편은 복수라는 표현을 썼지만 나로서는  관심끄기와 자포자기였다.
 
'당신은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는 나 하고 싶은 대로 할게.'
이 방법은 어느 정도 먹혔다. 스스로 불편했던지 100% 만족하게 고쳐진 건 아니지만 제대로 벗으려고 노력을 했다. 
 
상황에 따라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내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정신건강을 위해 좋다. 
화는 참는 게 아니다. 건강한 결과를 낳지 않을 것이다. 나름의 방법으로 조금씩 해소함이 맞다고 본다. 
#화 다스리기#나쁜 습관#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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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라보기(qkfkqhrl)VIPVIP 2019-11-06 18:42:36

    그런방법도 방법이겠네요.
    어떻게든 고쳐질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스스로에게 병이 되는 일도 아니니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있는그대로 세탁기에 쳐 넣어버려!!   삭제

    • 은빛태양을사랑할래(yulan21)VIPVIP 2019-11-06 17:55:20

      저희집은 저만 양말을 뒤집어 벗어요. 운동양말은 땀이 나서 바로 벗기가 힘들거든요. 아들이 빨래정리 담당인데 양말좀 똑바로 벗으라고.. ㅎㅎ 신을때 바로해서 신을테니 놔두라하는데도 잔소리를해요. 바뀌지않는 사람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좋은 방법을 택하셨네요^^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11-06 15:46:53

        풀리는 방법을 택하셨네요. ^^
        우리 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맞고 틀리고를 따진다고 합니다.
        중요한것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갈 것인지를 이야기해야 하는데요.   삭제

        • 규니베타(ai1love)VIP 2019-11-06 14:59:58

          돌돌말아서 신는 버릇이라....
          정리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실제로 쓰는 사람은 따로 있는 현실...
          주말에는 같이 한번 세탁에서부터 건조까지 같이 한번 해보면 좋겠네요   삭제

          • 은비솔99(rose3719) 2019-11-06 13:15:16

            저도 아이에게 매일 양말 뒤집어 놓지말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제대로 벗어 놓은적이 없는것 같네요. 그래서 벗어놓은대로 빨아서 양말통에 넣고 신을때도 알아서 신으라고 했더니 알아서 고치더라구요~^^   삭제

            • 눈빛반짝+ +(douall)VIP 2019-11-06 13:04:20

              그냥 빨래는 각자 알아서 하는걸로 하고 ...
              양말도 신지않고 맨발로 살아보면 어떨까요. ㅋㅋㅋ
              싸우는 원인은 사실 알고보면 양말자체에 있는게 아니라 짜증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더라구염.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화가 더 울컥~ 일단 내가 힘이드니 화가 나는것은 당연지사겠지만....내 방식으로 맞춰달라고 한 순간부터 또 상대방은 힘들어 지더군요. ....그래서 사람 사는게 참 어렵습니다.   삭제

              • 상큼체리걸(hyedn85)VIP 2019-11-06 13:01:14

                ㅋㅋㅋㅋ 상상만 해도 꾸깃해져 있을 남편분의 얼굴이 ㅋㅋㅋㅋㅋ
                남편분은 복수하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ㅋㅋㅋ 저도 덩달아 통쾌해지는건 ㅋㅋㅋㅋㅋ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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