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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을 때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매운 음식인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구하기 제일 쉬운 게 라면인데요. 저는 쪽파와 청양고추, 마늘, 페퍼론치노, 후추를 듬뿍 넣고 끓인 라면 한 그릇이면 하루의 시름을 금세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타입입니다. 좋아하긴 해도 잘 먹진 못해서, 간혹 매운 걸 먹고 나면 속쓰림을 경험하지만요.
어렸을 때는 라면에 채소 넣는 걸 정말로 싫어했습니다. 면만 오롯하게 즐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라면에 채소가 안 들어가면 어쩐지 허전하고, 그것을 다 먹기가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물린다고 해야 할까요.
오늘은 입동입니다. 11월 중순은 수능 한파가 불어닥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며칠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낮에도 두터운 옷을 입고 나가야 떨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연말 기분이 짙어지기 시작하고, 나는 올 한 해를 돌아봅니다.
스트레스를 잘 받는 편이었던 제가 시절에 닳아 많이 무던해진 것 같을 때, 저는 커다란 기쁨을 느낍니다. 영 둔감해지는 건 원하지 않지만 필요한 만큼 둔감해지는 것은 살아가는 지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만나는 사람들과 연말 이야기를 나눌 때 한 번씩 느끼는 것은, 이 사람들과 내년에도 함께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는 점입니다.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 주는 사람들이 자꾸만 고마워지는 것을 보면, 마음의 뿌리가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얼마 전, 딱히 안 좋은 일은 없었지만, 기분 전환 삼아 매운 라면을 모처럼 끓여 먹었습니다. 물을 많이 잡고 고추장도 넣었습니다. 정통 라면 맛에서 한참 벗어난 라면 맛이었지만, 매콤함이 정신의 잡념을 활활 태워 주는 것에 감사하였습니다.
22025년 제22회 베라쟈프 국제모델위원회 경주도자기축제 박옥순 디자이너 패션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