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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만 되면 구포 시장 할매 집에서 먹던 단팥죽이 생각난다.
가마솥에서 펄펄 끓고 있는 팥죽을 투박한 그릇에 푸짐하게 퍼준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 설탕을 넣어 먹으라고 하신다.
설탕통은 이미 각 테이블에 항상 있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찬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그냥 팥죽뿐이다.
죽에 설탕을 넣어 먹는 걸 너무 싫어하지만, 이상하게도 팥죽에는 설탕을 왕창 때려 넣어서 먹는다. 설탕으로 인해 단팥죽으로 변신한 그 맛을 나는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좋아한다. 동짓날에도 나는 내가 먹을 팥죽을 따로 빼놓을 정도다, 설탕을 듬뿍 넣어 먹고 나면 1년치 당을 섭취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에너지가 보충되는 충만함이 깃든다.
단팥죽은 뭐니 뭐니 해도 구포 할매 집 맛을 흉내 낼 수가 없다.
겨울만 되면 군고구마보다 단팥죽이 침샘을 자극한다.
나는 구포 오일장에 시장을 보러 간 적이 없다. 동네 시장에도 다 있는 걸 굳이 그곳까지 가서 무겁게 들고 오고 싶지는 않다.
손에 비닐봉지 대롱대롱 매달고 다니는 걸 싫어한다. 항상 손은 가볍게 다녀야 몸도 자유롭고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손에 들고 다니는 핸드백보다는 등에 메는 백을 더 취하는 편이다.
우리 엄마는 그런 것까지 아빠 닮았다고 하지만.
내가 구포 장에 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단팥죽을 먹느냐, 호박죽을 먹느냐.
그 할머니가 끓여내는 호박죽과 단팥죽은 항상 선택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꼭 누군가와 같이 가야 한다. 둘이 가면 꼭 호박죽 하나에 단팥죽 하나를 시킨다. 그래야 둘 다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늙은 호박으로 장시간 제대로 끓여 낸 할머니표 호박죽은 시중에서 파는 것과 비교도 되지 않는 깊은 맛이다. 와우~소리가 절로 나오고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설탕이 들어간 단맛을 좋아하지도 않아도 재료 자체에서 나는 단맛은 너무 좋다.
고구마의 단맛, 호박의 단맛, 양파의 단맛...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단맛이 최상이려면 재료가 좋아야 한다.
할매 집은 아무래도 재료에서 뭔가 특별함이 있는 것 같고, 불조절에서 남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죽이 가볍게 먹는 음식이지만 요리하는 데에는 손이 많이 간다. 계속 불 조절을 하면서 저어 주어야 한다. 웬만한 정성이 가미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가마솥에서 탄생한 음식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작은 애를 낳고 정말 오일장만 되면 죽을 먹으러 다녔다. 겨울만 되면 단팥죽 타령만 한다고 싫은 소리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가까운 죽집에서 아쉬운 대로 사다 먹어도 봤지만, 구포 할매 집 단팥죽만 더 그립게 만들었다.
지금은 예전의 구포 장이 아니다. 예쁘게 꽃단장한 지 오래되었다. 아직도 할매가 장사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사를 하면서 멀어졌고 구포 장이 바뀌고는 예전 같지 않는 낯섦에 발길을 멈췄다.
날씨가 추워지면 아직도 그립고 먹고 싶은 음식이다.
#구포 오일장#구포 할매집#단팥죽#호박죽 
계명대 파스타 맛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