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에 튀기듯이 흰자를 굽고 노른자는 반숙 상태로 두고 그 위에 소금을 솔솔 뿌린다. 저는 이렇게 만든 계란 프라이를 가장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는 반숙 계란 먹으면 속이 이상했는데, 지금은 반숙 계란이 너무 좋네요. 

무 생채나 시금치 무침 같은 걸 잔뜩 넣고 가정식 비빔밥 (냉장고 재고 정리의 일환으로 만드는 비빔밥) 안에 넣는 계란 프라이는 비빔밥의 맛을 얼마나 격상시켜 주나요. 이런 경우에도 저는 계란 프라이 하나 정도는 그냥 먹고 나머지 것들을 밥에 비비는 것이 좋습니다. 입 속에서 노른자가 톡 터지면서 적당한 염도가 느껴질 때의 좋은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계란 프라이는 고전적인 반찬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도 식재료가 귀하긴 했지만 부모님 세대 때처럼 계란 프라이를 구경하기 어려운 때는 아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계란을 많이 먹으면서 컸습니다. 어르신들이 계란을 두고 영양 간식이다, 영양 반찬이다, 하실 때는 그 분들의 세월을 짐작할 수 없어 마음이 캄캄해지지만, 그 분들이 물려 주신 세상을 좋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이내 들면, 마음이 다시 환해집니다. 

저는 반찬 하나만 가지고도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편식을 하지 않습니다. 편식을 안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밥을 잘 안 챙겨 먹을 때도 있는데, 그런 때 계란 프라이 두어 개 해 먹으면 속이 든든한 것이, 잘 먹었다, 싶습니다. 

육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다는 신호가 몸에서 가끔 옵니다. 지금은 닭가슴살 제품을 주기적으로 섭취해서 그런 신호가 덜 오는데, 그때는 단백질이 땡긴다, 라는 강력한 신호가 몸에서 분출되었습니다. 그런 때도 계란은 저에게 훌륭한 영양 보충제가 되어 주었습니다. 

참 미미한 곳에도 감사할 거리가 이렇게 많네요.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