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술 안잡수시면

하루종일 있어도 

성인군자처럼

말 한마디 없으시다가

술 한잔 잡수시면

가슴 속에 있는 말  없는 말 

다 토해내는 우리 아버지

세상에 배운 것이라곤

일 빼놓고 술 마신 것 뿐이라서

언문 글자 한자라도 

제대로 익히고 

국민학교 문턱만 밟고 나왔어도

군수자리 하나는 넘보았을 것이라고 

탄식하는 우리  아버지

술 없으시면

세상 모든 재미로 살으실가

술 한잔 잡수셔야 

가슴 속에 천층 만층  쌓인 말

다 토해야 속이 후련 하다고

아무리 술잔에 골아떨어져도

자고나면

내가 언제 술 마셨나

깔바작지고 들에 나가

땅고작 넘어가게 깔한바작 베어오고

비록 늙으셨어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부지런하기로 

하늘아래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부지런한 

하늘같은 우리 아버지

밤에는 베게 머리에 

라디오 틀어 놓고

세상 이야기 

다 외워 두었다가

거칠 것 없이 다 이야기 하는

아버지가 나는 좋아 

나는 좋아

오래된 시집 한권이 손에 잡혔다.

종이질 마저 허름하다.

윤상화 시인의 시집 '아버지, 아버지 우리아버지'다.

어쩌면 고전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린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가 절절하다.

1991년 에 나온 책이니 오래도 되었다.

작자 윤상화님은 해남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청소원으로  일을 하셨고 시가 좋아 시를 썼다는 그분의 시집에 한상원님이 발문을 썼다.

지방지의 한 귀퉁이에는 '쓰레받이로 건져올린 시편'이라는 소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퇴색한 시집을 드는 순간 이시대의 아버지는 아닌것 같은 아버지를 다시 만났다.

옮겨 적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우리들의 마지막 아버지 모습 같았다.

그래서 주저없이 옮겨본다. 

바라보기(qkfkqh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