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휴가

또 군대 이야기네요.

군에 있을 때 겨울에 포상휴가를 나온 적이 있습니다.

간만에 나오는 휴가라 어떻게 보 낼 건지 계획도 나름 빽빽하고도 알차게

세우고 서울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기 전에 만나볼 친구들에게 공중전화로

만날 약속도 했습니다.

휴가를 나온 심정이다 보니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와도 추운 줄 모르고

저녁 무렵에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함박눈이...

마당과 지붕에는 벌써 제법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지긋지긋하게 눈을 치우고는 했는데 휴가 나와서 까지 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려니 허탈하기도 하고 뭔가 또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군대에서 쌓은 실력으로 마당과 골목길에 쌓인 눈을 치우는 수밖에요.

남쪽에 있는 마을이다 보니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눈을 볼까 싶은데

그날따라 제법 많은 눈이 왔습니다. 저녁이 되어도 그치질 안았습니다.

집에서 하루를 쉬고 내일이면 친구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기에

눈 때문에 버스가 오질 않을까봐 걱정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웬걸 다음날 아침에도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눈이 많이 쌓인 탓에 버스는 당연히 들어오지 않았고...

쏟아지는 눈길을 걸어서 면소재지 까지 걸어가기도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뭐 별수 있나요.

어머니께서 해 주시는 밥 먹고 눈치우고 조금 쉬다가 또 눈 치우고...

그렇게 또 하루를 보냈습니다.

다음 날 되니 다행히 눈은 그쳤습니다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내린 눈이

얼어붙어서 빙판길이 되었습니다.

버스는 당연히 들어오지 않았고 뉴스에서는 온통 눈 이야기에 교통사고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를 눈 속에서 꼼짝하지도 못 한체 하루를 보냈습니다.

다음 날 에는 다행히 해가 나면서 따뜻해지고 눈이 녹기 시작했지만

눈이 많이 와서 쌓인 탓에 녹을 때 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또 하루를 그렇게 집에서 보냈는데 다음 날 눈이 제법 많이 녹았는지

오후에는 버스가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이다 싶었네요.

이제는 친구들과의 약속이 문제가 아니라 부대 복귀가 문제였으니까요.

다음 날 아침 첫차를 타고 나와서는 부대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부대에서 집에 까지 오는 데에 하루, 또 집에서 부대까지 가는 데에 하루를 잡아먹다보니

실제 휴가기간은 3(5 ?)일 정도인데 그것도 눈에 갇혀서 집에만 있으면서

눈만 치우다가 그렇게 휴가가 끝이 났습니다.

먹고 자고 눈 치우고...

억수로빠른 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