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선생은 약 18년 간 500여 권의 책을 저술해 내셨다. 1년에 27-28권의 책을 낸 것이다. 이는 단순히 많은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저마다 의미 있는 글을 간추려 쓴 것이니, 놀람과 존경을 금할 수 없다. 

다산 선생의 다작 비결은 제자와의 공저에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선생의 다작은 대단한 일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태만해지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다산 선생을 떠올린다. 그리하여 결연한 마음가짐으로 다시 한 발, 한 발 내디뎌 본다. 

책 읽기라는 문화는 한물 간 문화라고 하지만, 나는 글이라는 것에 여전히 의미와 가치가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믿는다. 지구상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 모조리 사라진다 하더라도, 나는 글을 쓰고 싶고 아마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할 것 같다. 모르겠다, 왜인지. 영혼에 새겨진 소명 같은 것이려나. 

누군가에게 일말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모든 글이 명저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취하고자 하는 지식이 다르고 마음 상태가 다르니, 글이 많아질수록 인류가 접할 수 있는 도움도 많아질 것이다. 하여 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 손쉬운 이 세대에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꼭 자리 잡고 앉아 글을 써야만 작가인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새해가 밝았다. 벌써 보름의 시간이 지났고. 새해의 마음을 가다듬어 볼 틈도 없이 다시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아 나가는 기분. 오전의 여유 시간을 틈타 조금 신선한 마음을 마련해 본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