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옛날 영화들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들 중 하나가 <로맨틱 할러데이>인데요. 유명한 배우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본 분보다 안 본 분이 더 적을 것 같은, 유명한 로맨틱 코메디 영화입니다. 

우리는 간혹 우리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가볍지만 끈질긴 충동에 시달립니다. 영화 주인공 두 사람은 그 충동을 크리스마스 기분과 융합하여 집 바꾸기 프로그램을 통해 집을 잠시 바꿀 사람을 찾습니다. 서로 합의한 기간 동안 집을 바꿔서 지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니, 상당히 신기했습니다.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주인공 두 사람은 상대와 집을 바꾸는데요. 두 사람의 집이 미국과 영국입니다. 한 발짝이라도 먼 데로 떠나고 싶었던 두 사람에게 서로의 집은 딱 좋은 위치에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에 상처받은 두 사람은 결국 그들의 특별한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됩니다. 진부할 수 있는 스토리인데, 진부하지 않습니다. 사랑 얘기니까요. 사랑 자체는 천지사방에 다 있는 거라 진부한 소재일 수 있지만, 모든 사랑은 그 나름의 고유 코드 같은 걸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철 지난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도 설렘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에 감사합니다. 일상에 타성이 적체되면 마음도 굳게 마련이라. 마음을 흔들어 그 주변에 더께처럼 앉은 것들을 털어 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살수록 귀해지는 기회입니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