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에서는 기록적으로 따뜻한 겨울입니다. 산도 그다지 춥질 않습니다. 웬만하면 산에 눈이 쌓여 있을 법도 한데, 산은 가을에 멎어 있는 듯한 인상입니다. 

깊은 산에 가면, 마음이 막연히 풀어집니다. 흐느적거릴 때도 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자연 속에 들어가면 마음이 원래 그렇게 무장 해제가 되는 건지. 

그래서 자꾸 산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인적 드문 산이어도 산에 돌탑 하나 없는 건 본 적이 없습니다. 깊은 산중으로 들어와도 떨쳐지지 않는 소원이라면 예사 소원은 아니겠습니다. 돌탑을 지나칠 때마다 생각합니다. 저기 쌓인 소원 모두 이루어져라, 이루어져라. 

그러면 마음이 조금쯤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소원이 이루어지면 그만큼 세상이 환해지고 행복해질 테니, 그것은 결국 저 좋은 일이기도 합니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