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전날 그러니까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 어른들로부터 줄기차게 들어왔던 말 중 하나가 ‘음력 그믐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 자면 안 된다.’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지금이야 이런 말을 하는 어른이 거의 없지만, 제가 어릴 적에는 매년 들었던 말입니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몰랐습니다.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이번 설에도 주위에 물어보았으나 그 이유는 몰랐습니다.

이번 설, 설과 관련되는 칼럼을 읽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설날’이라는 말을 이해해야 합니다.

‘설날’의 ‘설’은 ‘설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사전에서 ‘설다’는 ‘익지 않아 서먹하고 어색하다’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설날’은 ‘낯선 시간, 설익은 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해가 바뀌는 새로운 상황을 낯설고 생경하게 여긴 것입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잘 적응해 살던 시간에 비해서 새로 다가오는 해를 익숙하지 못한 시간으로 본 것입니다.

1월 1일이 ‘설익은 시간’이라면 12월 31일은 그 반대의 의미가 됩니다. 12월 31일은 그 동안 잘 적응된 해의 마지막 날이 됩니다. 잠을 자고 나면 설익은 새로운 날을 맞이해야만 하는데, 잠에 들지 않으면 어쩌면 잘 적응된 한 해가 계속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바람에서, 잠에 들지 않게 하기 위하여 ‘섣달 그믐날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상황에 놓이게 될 때 망설이고 불안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반영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알짬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