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가지고 어딘가로 달려 나가다 보면 으레 탈이 나게 마련이었다. 좋은 욕심도 사람을 소모시키거나 마모시킬 수 있었다. 나는 무언가에 조급증을 느끼는 데 귀재였고, 하고자 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뭐든 빨리, 많이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자진해서 부러지려 한 것이다.

그런 나를 주저앉히려고 본인 나름의 안간힘을 써 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내 가족이었고, 친구였고, 동료이거나 연인이었다. 새삼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내가 숫자에 연연할 때, 어떤 등급에 연연할 때, 그들은 무서울 만큼 낮은 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그런 것들이 얼마나 덧없는지에 관하여.

최근에 한 가지 욕심을 또 내려놓았다. 일등 공신은 어머니다. 

내 가치를 진정으로 믿어 주는 사람 앞에서 부드럽게 해체되는 허영과 허세를 바라보는 일은 절경을 바라보는 일처럼 소름 돋는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