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한 TV 채널은 OCN과 슈퍼액션이다 그 두 가지 채널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방영해 주었기 때문이다. 왜인지 모르겠고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영화 보기를 어려서부터 즐겼다. 

봄방학은 참 애매한 기간이다. 내가 초등학생, 중학생이었을 때는 봄방학이 1-2주 정도였는데, 지금 봄방학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다. 어디를 가기도 애매하고 뭘 하기에도 애매한 1-2주. 집안 어른들 모두 직장인이셨으니, 나는 집에서 내 나름의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은 다 멀리 살았다. 우리 집은 시골 구석에 있었고. 그때는 나 혼자 버스 타고 어디를 간다는 엄두를 못 냈다. 겁쟁이여서. 

아직도 OCN에서 영화를 본다. 한 번씩 그때가 떠오른다. 소파에 누워서 과자를 먹거나 귤을 먹거나 하며 영화 채널을 보던 나는 지금 내가 이렇게 살고 있을 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또 많은 시간이 흘러 중년이나 노년이 된 나는 또 그런 생각을 하겠지. 그때는 내가 이렇게 살고 있을 줄 전혀 몰랐겠지.

얄궂은 인생이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은 여러 가지로 묘하다. 그리고 어떤 의미를 항상 나에게 전달한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