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벼룩은 어디로 튈까

 

1. 을묘천서

 

인간이 지구의 암덩어리가 되지 말라 - 자연에게 자리를 남겨주어라 - 자연에게 자리를 남겨주어라.(Be not a cancer on the earth – Leave room for nature – Leave room for nature.) 조지아 가이드 스톤 10계명

 

“핥지마, 물지마, 으악 살려줘!”

“여보 무슨 일이예요?”

“다행이다 꿈이었네.”

개 옥자는 감독을 핥고 있었다.

“왜 그래?”

“제기랄 월드워 Z라는 좀비영화를 봤더니 좀비 꿈을 꿨네.”

“어떤 꿈?”

“대한민국이 최초 좀비 발생지라서 나도 좀비 바이러스에 걸릴 꿈이었지.”

유명성감독은 말을 이어갔다.

“감독 부인이 영화 안봤어? 영화를 보면 한국은 '좀비'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지. 참고로 배경은 평택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Camp Humphreys) 야. 탈영한 한국군 병사를 군의관이 치료하던 도중에 최초의 좀비 감염이 확인되었어. ”

부인 김미나는 대답했다. “내가 공포영화가 꿈에 잘 나타나서 공포영화만 안보잖아. 그런데?”

유감독이 말했다.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소설 원작과 영화 초기 설정에서는 중국이 발원지인데 중국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아 한국으로 바꾸었어. 하지만 중국에서 검열당했다 .”

미나는 말했다. “그래, 요즘 시나리오를 통 쓰지 못하지? 어디 여행을 가거나 낚시 가거나 바람좀 쐬고 오지 그래?”

유감독이 대답했다. “맞아, 내가 잘나가다가 최근 영화 흥행에 실패해 압박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나봐, 사람들에게 잊혀질까도 두렵고. 가까운 성당이나 가서 기도해볼까?”

유감독은 외투를 차려입고 나갈 준비도 했다.

김미나 “아침도 안먹고 씻지도 않고 어딜가?”

유감독은 운동삼아 성당까지만 다녀와볼게하며 성금히 길을 나선다. 성당까지는 걸어서 숨차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유감독은 성모 마리아 상 앞에 앉아 기도했다. ‘새벽 기도가 최고지.’

유감독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 메피스토 박사가 이해가 되려고 했다.

‘성모 마리아님, 착상이 떠오르지 않아 정말 약이라도 먹어야 하나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리아님 때문에 자살을 할수 없었습니다. 불쌍한 영혼을 위해 하나님께 대신 중보 기도를 해주십시오. ’

유감독은 성모마리아가 피눈물을 흘렸던 여러 기적을 떠올렸다. ‘제발 마리아님이 황새가 아이를 물어다주듯이 저에게 영화 시나리오 작품이 될 생각 하나만 주십시오.’

저 멀리 동이 터 오르는 햇빛이 스테인글래스에 비추었다.

갑자기 유감독은 배가 살살 아파지더니 쾌변의 욕구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기도 제목은 복통을 멈춰 달라는 제목으로 바뀌는 듯했더니 성모마리아의 환영이 아닌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유감독 쌀쌀한 겨울 바람을 배에 쏘였더니 배가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한의사가 배는 뜨거운 통증이 없다는 복무냉통[頭無冷痛 腹無熱痛] 머리는 차가워서 아픈 법이 없으며 배는 뜨거워서 아픈 법이 없다]의 생각이 들어 과민성 대장염 치료하러 한의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원이고 뭐고 화장실부터 가야겠다.’

‘성당은 급하면 화장실도 갈수 있고 기도도 할수 있고 그래서 좋아. ’

유감독은 화장실에 달려가 변을 보았다. ‘남들은 화장실에서 영화 아이디어도 잘 떠오른다는데 나는 뭐야? 똥을 따라 생각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유감독은 인간의 마음은 화장실에서 갈때와 올때가 다르다는 마음을 실감하면서 간절했던 생각이 한갓 대변 때문에 사라진다는 사실이 슬펐다.

‘화장실에도 생각이 안나니 사우나에서 땀을 한번 빼 볼까?’

유감독은 손을 씻고 나와 다시 성모 마리아님께 기도를 하러 갔다. 여행객인듯한 금발의 사내가 황급히 나감이 보였다.

‘어 이게 뭐지?’

Monopsyllus anisus라고 쓰인 A4 용지가 수십장이 있었다.

‘누가 기도하다가 놓고 갔나?’

그런데 처음보는 단어네? 다행히 스마트폰을 가져와서 기도로 꺼놓은 스마트폰을 다시 켜서 검색을 해보았다.

‘쥐벼룩? 이게 무슨 내용이야? 의학 학술 단어인데?’

그 종이를 들고 황급히 나가서 그 백인을 찾아보았다.

성당문을 박차고 나가보니 그 사람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런데 사실 그 금발이 사람인지 영혼인지 발이 없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이 이상하긴 했다. ‘내가 잠이 덜 깼나? 헛것이 보여 한의원에서 보약을 먹어야 하나?’

다시 쥐벼룩이라고 쓰인 글을 훔쳐보았다. ‘시나리오 형식이네 대화가 있고?’ 영어이긴 하지만 영어 공부 할겸 해서 읽어봐야겠다.

내용을 보니 반지하방도 나오고 한국 사정에 매우 잘 아는 외국인이 쓴 듯했다.

우선 기도를 멈추고 신부님 방에 갔다. “신부님 기침하셨나요?”

프란체스코 신부는 안에서 대답했다. “저 폐렴에 안 걸렸는데요?”

유감독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예전에 어르신들이랑 살아서, 인사법이예요. 기침이 기침 가래의 뜻이 아니라 일어나셨나요의 일어날 기 잘 침의 한자입니다?”

신부는 말했다.“농담입니다. 형제님 급한 일이 있으신가요?”

유감독이 말했다. “혹시 백인 남자가 손님으로 오셨나요? 이 시나리오 같은 것을 놓고 갔는데요?”

신부는 말했다. “아뇨 오신분은 없었어요. 저희 성당이야 오가며 기도하시는 분 때문에 늘 열려 있어서 누가 두고 가신 듯합니다.”

유감독이 말했다. “그럼 제가 이 걸 좀 빌려가면 안될까요? 만약 쓰신분이 오시면 신부님이 제 연락처를 좀 알려주십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유감독은 명함을 내밀었다.

신부는 대답했다. “형제님 연락처야 저도 알죠. 워낙 유명하신 감독이시고... 심지어 감독님 보러 저희 성당에 와 보는 팬분들도 있잖아요.”

유감독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신부님 주인공으로 제가 열혈사제나 검은 사제들 같은 시나리오 꼭 쓰겠습니다.”

프란체스코 신부는 대답했다. “제가 그러면 미남인 강동원으로 나오나요?”

유감독이 말했다. “제가 빽을 써서라도 강동원 꼭 캐스팅하겠습니다. ”

신부는 말했다. “부탁이 있는데 저 감독님이랑 사진 찍어도 될까요? 사실 저도 어렸을 때 꿈이 영화 감독이나 배우라서..”

유감독이 대답했다. “저야 영광이죠, 신부님은 잘 생기셔서 신부 그만두셔도 바로 배우로 하셔도 되실 듯..”

둘이 웃으면서 찰칵 셀카를 찍었다.

유감독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나오면서 생각했다. 갑자기 을묘천서 사건이 머리를 스쳐갔다.

을묘천서(乙卯天書)란 천도교와 관련이 있다. 조선후기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가 동학을 창도하기 전에 경험한 신비체험에 대하여 서술한 천도교서이다. 유감독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다음과 같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서전의 내용이 나왔다.

 

 

최제우는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다가 나이 30세를 전후하여 처자와 만나 울산으로 이주하여 속유곡동이라는 곳에 초가집을 한 채 마련하고 살고 있었다.

1858년(乙卯) 어느 봄날 최제우가 방안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낯선 승려가 찾아와 “저는 금강산에서 온 중인데 뜻한 바가 있어서 백일 동안 치성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치성을 끝내는 날 탑 위에 이상한 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얼른 펴보니 이해할 수 없는 아주 이상한 책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해석할 사람을 찾아 사방을 두루 돌아다녔지만 아직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오늘 우연히 선생님을 뵙고 느낀 바가 있어 이 책을 올리겠습니다. 부디 이 책의 뜻을 풀어주십시오.”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최제우가 그 책을 받아 펴보니 과연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이상한 책이었다. 그는 사흘 뒤에 오면 그 뜻을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흘 뒤에 과연 그 승려가 다시 찾아왔다. 최제우는 사흘 동안 연구한 그 책의 뜻을 잘 풀어 주었다.

그러자 그 승려는 매우 기뻐하면서 “선생님은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분입니다. 부디 자중하십시오.”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말을 마치고 돌아서자마자 간 곳이 없었다. 또한 돌이켜 보니 그 책도 간 곳이 없었다고 한다.

 

사실 유명성 감독은 동학 최제우와 관련한 최수운이란 영화를 계획하고 있었다. 을묘천서가 어디서 온 책일까? 분명히 실제 서적임은 맞는데...

유명성 감독은 영화를 위해 역사를 공부하면서 혹시 예수회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가 아닐까 하는 착상을 했다. 즉 천주교 교리가 동학 창시에 대해 기여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유명성 감독은 이 내용이 천도교측의 항의를 받을까 해서 확실한 증거 자료를 찾기 위해 자료 정리 중이었다. 유명성 감독의 목표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 교류에 대해서 제대로 된 역사 수수께끼를 찾는 내용을 쓰고 싶었다. 즉 동양의 신인 상제 또는 한울님과 서양의 신인 하느님 혹은 야훼가 같은 신임을 증명하는 그런 종교통합적인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는 종교적 비난이 무서워 우선 역사적 사료들을 많이 모여주기 위해 도서관을 가기로 했다.

우선 유명성 감독은 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성당 백일기도를 매일 나오기로 결심하면서 집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