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벼룩은 어디로 튈까

2. 勿懼勿恐 물구물공하라

 

살아있는 새 언어로 인류를 통합하라.(Unite humanity with a living new language.)

조지아 가이드스톤 2

 

유명성 감독은 성당을 나와 집에 가려다가 다시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여기는 성당하고 도서관하고 가까워서 좋아.’

‘우선 시나리오는 나중에 읽고 최수운에 대해서 자료를 좀 더 찾아봐야겠는걸..’

최제우가 쓴 동경대전 포덕문을 펼쳐보았다.

不意四月에 心寒身戰하여 疾不得執症하고 言不得 難狀之際에 有何仙語ㅣ忽入耳中이어늘 驚起探問즉

사월이라 뜻밖에 마음이 오한이며 몸이 떨려서 병이라 해도 증세를 잡을 수가 없고 말로도 형상할 수가 어려운 때에 어떤 신선의 말씀이 문득 귀에 들리거늘 깜짝 놀라서 캐어 물어 보았다.

曰 勿懼勿恐하라 世人이 謂我上帝어늘 汝不知上帝耶아

“두려워 하지 말고 놀라지 말라. 세상사람들이 나를 하나님이라 이르거늘, 너는 하나님을 모르느냐?”

問其所然한대 曰 余亦無功 故로 生汝世間하여 敎人此法하노니 勿疑勿疑하라

그 까닭을 물어보니 “나 또한 공이 없었으므로 너를 세상에 내어서 이 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치게 하니 의심하지 말고 또 의심하지 말라.”

曰 然則西道以敎人乎이까

“그러면 서도로써 사람을 가르치오리까?”

曰 不然하다 吾有靈符하니 其名은 仙藥이요 其形은 太極이요 又形은 弓弓이니 受我此符하여 濟人疾病하고 受我呪文하여 敎人爲我則 汝亦長生하여 布德天下矣러라 吾亦感其言 受其符하여 書以呑服則

그렇지 않다. 나에게 영부가 있으니 그 이름은 선약이요 그 형상은 태극과 같고 또 그 형상은 궁궁과도 같으이 나의 이 부를 받아서 사람의 질병을 건지고, 나의 주문을 받아서 사람을 가르쳐서 나를 위하게 하면 너도 또한 장생하여 덕을 천하에 펴리라

吾亦感其言 受其符하여 書以呑服則 潤身差病이라 方乃知仙藥矣러라 到此用病則 或有差 不差 故로 莫知其端하여 察其所然則 誠之又誠하여 至爲天主者는 每每有中하고 不順道德者는 一一無驗하니 此非受人之誠敬耶아 是故로 我國은 惡疾이 滿世하여 民無四時之安하니 是亦傷害之數也니라 西洋은 戰勝攻取하여 無事不成이라하니 而天下盡滅이면 亦不無脣亡歎이라 輔國安民이 計將安出고?

내 또한 그 말씀에 감격하여 그 부적 받아 써서 먹어본즉 몸이 윤택해지고 병이 나으므로 바야흐로 이에 선약인 것을 알았다. 이에 이르러 병에 써 본즉 혹 낫는 이도 있고, 낫지 않는 이도 있으므로 그 단서를 알지 못해서 그 연유를 살펴본즉 정성을 드리고 또 드려서 지극히 하느님을 위하는 사람은 매번 들어 맞되, 도덕을 순종치 않는 자는 하나도 효험이 없었다. 이것은 사람의 정성과 공경을 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우리나라는 나쁜 질병이 가득차서 백성이 사계절 한 때도 편안할 날이 없으니 이것도 또한 상해의 운수이니라. 서양은 싸우면 이기고 치면 빼앗아서 무슨 일이든지 못할 노릇이 없다 하다. 천하가 모두 멸망한다면 또한 입술이 떨어지는 탄식이 없지 않으리라. 나라를 돕고 백성을 편안케 할 계책이 장차 어떻게 나올 것인가.

昔哉라 於今世人은 未知時運하여 聞我斯言則 入則心非하고 出則巷議하여 不順道德하니 甚可畏也니라 賢者는 聞之하고 其或不然而 吾將慨歎이나 世則無奈라 忘略記出하여 諭而示之하노니 敬受此書하여 欽哉訓辭어다

애석하다. 지금 세상사람들은 아직 시운을 알지 못하여 나의 이 말을 들은즉 집에 들어가서는 마음으로 옳지 못하게 여기고, 밖에 나와서는 거리에서 비난하여 도덕을 순종치 아니하니 심히 두렵다. 현명한 사람은 이를 듣고 혹 그렇지 않게 여기면 내 장차 개탄하거니와 세상인즉 어찌할 수 없다. 간략하나마 이렇게 적어 내어서 가르쳐 보이노니 공경스럽게 이 글을 받아서 삼가 교훈의 말씀을 삼을지어다.

 

유감독은 최수운이 몸에 추위가 엄습했다는 말을 읽고 갑자기 몸에 전율과 오한이 느껴졌다. ‘아침 설사에 이건 또 뭐람? 신종 코로나 19가 유행인데 기침이나 미열도 없는데 나도 검진 받아야 하나?’

‘안되니, 그래도 나름 유명인인데, 작품으로 기사가 나야지, 이런 질병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안되..’

유감독은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여보, 나 왔어, 감기기운 있는지 으슬으슬 하네.. 집에 쌍화탕 있지?”

“찾아볼께요?”

유감독은 쌍화탕이란 이름이 궁금했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범방상한 즉 성교후 감기등 감염에 쓰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니 둘 쌍이란 이름이 붙여졌나 싶기도 하여 물론 노른자는 안 띄우고 자주 마셨다. 그런데 숙지황이란 재료는 소화가 잘 안되는 듯해서 빼고 먹었다.

“쌍화탕 뜨겁게 먹고 땀을 빼고 자야겠어. ”

“그러세요, 여기 드세요.”

유감독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곧바로 누웠다. 누워도 여러 가지 상심에 별을 다 셀 듯했다.

유감독은 스마트폰을 켜서 최제우에 대한 동영상을 시청했다. 멀리 강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꿈에 어떤 한 갑옷을 입은 상이군인이 꿇어앉아 있고, 성모마리아의 모습이 빛으로 화현되어 나타났다. 그 사제이자 군인은 영성수련도중에 무언가를 보았다.

로욜라

 

Alma de Cristo, santifícame.

그리스도의 영혼은 저를 거룩하게 하소서.

Cuerpo de Cristo, sálvame.

그리스도의 몸은 저를 구원하소서.

Sangre de Cristo, embriágame

그리스도의 피는 저를 취하게 하소서.

Agua del constado de Cristo, lávame.

그리스도의 늑방의 물은 저를 씻어주소서.

Pasión de Cristo, confórtame.

그리스도의 수난은 저에게 힘을 주소서.

iOh mi buen Jesús, óyeme!

오, 선하신 저의 예수님, 저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Dentro de tus llagas, escóndeme.

당신의 상처 속에 저를 숨겨주시고

No permitas que me aparte de Ti.

당신을 떠나지 않게 하시며

Del maligno enemigo, defiéndeme.

사악한 원수에게서 지켜주소서.

En la hora de mi muerte, llámame.

제가 죽을 때에 불러주시어

Y mándame ir a Ti

당신께 오라 명하시고

Para que con tus santos te alabe

당신의 성인들과 더불어

Por los siglos de los siglos. Amén

영원토록 당신을 찬미하게 하소서. 아멘.

 

- 그리스도의 영혼(Alma de Christo)

 

‘이 머리가 빠진 사람이 누구지? 역사상 인물인듯한데... 맞다. 예수회 창시자, 이냐시오 데 로욜라’

유감독은 꿈인지 생시인지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파티마의 예언처럼 집중해 보고 있었다.

성모 마리아는 밝은 빛으로 변하더니 흰색의 옷으로 변화했다.

로욜라는 감격에 겨워 옷을 받들어 보았는데 옷에는 Monopsyllus anisus라고 쓰여 있었다. 그 옷이 로욜라가 받자마자 백지로 변화하고 다시 A4 용지로 바뀌었다. 다시 백지는 백색 비둘기로 변하여 날아가고 있었다.

유감독은 코웃음을 쳤다. 왜 중세시대에 A4 용지가 있어? 이상하네... “어 안돼, 저건 내 시나리오야!”

유감독은 이제 꿈인 것을 알아차리고 놀라 깨었다.

“여보, 내가 가져온 A4로 된 시나리오 못 봤어?”

“시나리오요? 당신 가방에 한번 보세요.”

김미나는 가방에서 꺼내 시나리오를 주었다.

“휴 다행이다, 이것이 없어졌을까 고민했네...”

“여보, 영어 번역 잘해? 당신 영어 전공 아냐?”

“저야 다 까먹었죠, 당신하고 비슷한 정도 수준? 그런데 이건 뭐예요?”

“성당에서 주운 시나리오인데 좀 특이해서 가져와봤어.”

“당신 후배중 영화자막도 하는 영어 번역 전문가 있지 않아요? 시나리오도 쓰는?”

“응 이영어라고 이름에도 영어가 들어간다니까?”

“한번 전화해서 오라고 해야겠네, 마침 밥도 먹고..”

유감독은 카톡으로 급한대로 20장정도 시나리오 사진을 찍어 영어에게 보냈다.

영어는 답장이 왔다. ‘술만 사주고, 공짜로 번역 시키려구요?’

유감독이 대답했다. ‘요즘 많이 어렵지? 아니 번역료는 내가 따로 챙겨줄게.’

영어가 말했다. ‘정말 특이한 내용이네요, 반지하 서울 시민이 상류층에 접근해서 기생충처럼 빌붙어 먹는 내용인데..’

유감독 ‘벌써 그렇게 많이 봤어, 나도 대충은 봤는데, 번역하면 나에게 보내줄래? 내가 장당 잘 해서 쳐줄게.’

영어가 말했다. ‘그런데 선배님 이 시나리오 선배님이 직접 쓰셨나요?’

유감독 ‘응, 꿈의 계시를 받고 쓴거야?’

‘정말요? 어떤 꿈인데요?’

‘아니, 실제는 성당에서 기도하다가 주웠어..’

‘누가 시나리오를 버려요?’

유감독이 말했다. ‘좀 특이하지, 일반적으로 내가 감독이니 내 이메일이나 우편함으로 정말 많은 시나리오가 오잖아. 정말 생짜 초보 이메일 시나리오 읽는것도 신물이 난다. 시간낭비라 거의 스팸메일함에 쳐 넣지. 그런데 이 시나리오는 이름도 연락처도 없어.’

영어가 말했다. ‘그럼 주인을 찾아줘야 하지 않나요?’

유감독이 대답했다. ‘찾아 주려고 성당 신부님께 연락처는 남겼어. 그런데 아무래도 그 시나리오는 내가 주인인 것 같아. ’

영어가 반문했다. ‘그래요? 좀 소재가 특이해서 선배님이 쓰신것인줄 알았어요.’

유감독이 말했다. ‘나도 내가 몽유병이라고 걸려서 자동 기술법으로 시나리오좀 썼으면 좋겠다. 만약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도 받으면 자신이 시나리오 썼다고 찾으러 오겠지.’

영어가 웃으면서 말했다. ‘선배, 그 과대망상좀 버리세요, 그러다가 오스카 상도 받겠네요. 선대 영화동아리에서 내가 황금종려상 받는다고 설치다가 선배들에게 빠따 맞은 것 기억안나세요?’

유감독이 말했다. ‘내가 상 못받을건 뭐야, 나 대한민국에서는 상 좀 받았잖아. 이제 방탄소년단 k-pop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영어가 말했다. ‘형 코로나19걸린 것 아니예요? 병원 가보세요. 참 병원도 요즘 전염병 격리처럼 폐쇄되고 진찰도 힘들죠.’

유감독이 말했다. ‘어짜피 내가 유명해서 돌아다니기도 그래서 집에 칩거해서 시나리오나 쓰려구. 글감옥에 자가 격리시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