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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병의 숫자만 믿은 적의 안이함 때문에 나름대로의 성과를 올릴 수가 있었다.

다음 날, 장진호는 다시 은밀하게 적의 동태를 살피러 갔다.

이런 류의 정찰은 부하들에게 시키는 것이 정상적이었지만, 적이 그런 정찰을 예상하여 고수를 배치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아군의 희생만 키울 가능성이 높았으므로 자신이 직접 움직이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수의 고수들이 숨어서 아군의 정찰병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장진호가 직접 정찰을 하였으므로 문제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어느 정도 접근을 하자, 상당한 기운이 느껴졌다.

자신보다는 못하지만, 대단한 자가 은신을 하고 있었다.

그의 기운이 느껴지자, 장진호는 더 이상 접근할 수가 없었다.

장진호는 얼굴을 찡그리며 생각하였다.

‘ 어떻게 하지? 이렇게 되면, 정찰하기가 어려워 아군의 희생이 불가피한데? 골치 아프군! ’

더 이상의 정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장진호는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오면서 여러 방안에 대해 생각하였다.

적을 유인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지만, 너무 단순한 것 같았다.

따라와 주면 다행이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공격도 하지 못하고 돌아올 수 있었으며, 그런 경우가 발생하면 아군의 사기가 크게 저하될 가능성이 있었다.

아군에게 위협이 될 적 고수 한 명을 잡아 두고 있다는 성과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장진호 부대에게 있어서 큰 전과라 할 수가 없었다.

장진호로서는 군에서 사용하는 화약이 아쉬웠다.

그것만 있다면, 적을 충분히 괴롭힐 수가 있다고 판단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빼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것을 사용하다가는 바로 조정에 의해 공격을 받아 몰살당할 수가 있었다.

조정은 화약의 제조 및 사용에 대해서 역모죄에 준한 벌을 내리고 있었다.

화살의 경우에도 인적이 드문 산간지역이라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 평원에서 사용하다가는 큰 고초를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천의단과 의혈단은 인적이 거의 없는 산간지역에서 주로 세력다툼을 하고 있었다.

조정과의 연결끈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조정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므로 보통 사람들은 강호의 일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형편이었고, 산간지대에 사는 사람들이 그런 상황을 알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정도였다.

고심을 하던 장진호는 수뇌부들을 불러 회의를 하였다.

정찰 결과를 이야기하고 좋은 의견이 있으면 이야기 하라고 하였지만, 워낙 상황이 좋지 않아 엉뚱한 의견조차 나오지 않았다.

고수가 그만큼 큰 장애요인이었다.

수적인 면에서 열세인 관계로 차륜전을 펼치다가는 전멸할 수도 있다는 것은 모두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침묵만이 존재하였다.

할 수 없이 장진호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였다.

이야기를 들은 수뇌부들은 얼굴이 굳어지며 침중한 표정을 지었고, 그들의 얼굴을 둘러본 부대장이 대표로 말하였다.

“ 대장님! 정말 그 방법 말고는 없겠습니까?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

장진호가 굳은 표정으로 말하였다.

“ 앞에서 말한 그자가 존재하는 한,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아군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그나마 그 방법이 손해를 줄이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 … ”

그의 말에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 대장님 말씀대로 하죠. 제가 생각해도 더 좋은 방법이 나오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

모두들 부대장의 말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 날 오전에 장진호는 부하들을 데리고 아래로 내려가서 아군과 적의 사정거리를 감안하여 바로 그 밖의 지점에 불을 놓아 이장 정도내의 나무와 풀을 태웠다.

그 모습을 본 적의 초병들은 의아한 표정을 하였다.

은신에 필요한 것들을 태우는 아군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