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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장점기억을 못하시니 그래도 사신다

 

나이 오십이 훌쩍 넘어

90세를 바라보시는 어머니랑 같이 살게 되었다.

이제 4개월 한 방에서 어머니와 잔다.

밤마다 몇번씩 화장실을 가시는데,

수면유도제 약발에 변기에 올라앉지 못하신다.

새벽 2시란 걸 나만 알고 어머니는 모르시니 다행이다.

새벽 4시반에 또 변기에 올려앉혀드리지만,

2시에 변기에 앉기 위해 내 팔에 의지하셨던 걸 기억 못하시니 다행이다.

속옷에 묻어 변기 옆에 벗어놓으신 것도 기억을 못하시니 다행이다.

아들 손에 옷을 다 벗기우시고 씻김을 받으신 후

자리에 누우시면 바로 코를 곯며 주무시니 다행이다.

아침에 일어나시면 어젯밤 아들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못하시니 다행이다.

 

노모의 뒷처리를 해드리며......

'어? 나랑 냄새가 똑같네'

막내며느리인데도 하루가 새롭게 시어머니를 대접하는 아내의 찬거리들을

엄마 숟가락에 한 번 올리고

내가 먹고.....

똑같은 찬을 골고루 나눠 먹었으니

냄새가 똑같을 수 밖에.

내가 엄마만큼 늙어서 그런가?

엄마가 나만큼 젊은 장을 아직도 유지하시기에 그런가?

어머니 봉양에 전혀 새로운 기쁨을 찾는다.

"엄마 몇살이야?"

"모르겠다"

"대충 짐작해 봐?"

"칠십 몇쯤 되나?"

"ㅎㅎ 좋겠다. 엄마 올해 팔십일곱이야"

"아이구, 이래 오래 살아서 니들 고생시키고, 나도 힘들고, 그만 자는 잠에 가면 좋을텐데"

"이래 살면 아직 십년은 더 사실 것 같은데!"

"그러면 안 되지......"

 

치매는 신이 노인에게 내려주신 축복이다.

엄마는 젊은 날의 추억 속에서만 산다.

아들의 아들이 아들을 낳았다는 걸 모른다.

이제는 아버지와 살았던 고달픈 역경들도 잊으셨다.

그저, 외할아버지랑 밀양강변에서 물놀이하던 처녀시절만 기억하신다.

 

뭐 그리 잘났는지......

황후마마를 이기려고 그렇게 싸워대던 내가 이제는 깨갱이다.

그저 사랑합니다. 당신 밖에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말밖에 못한다.

 

#치매#노모#시어머니#기억#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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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비솔99(rose3719) 2020-03-25 17:40:48 211.104.***.***

    저는 치매걸리기 전에 조용히 잠들면서 가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자식들 고생시키는것도 싫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인것 같네요..ㅠ.ㅠ   삭제

    • 바라보기(qkfkqhrl)VIPVIP 2020-03-25 17:12:34 58.184.***.***

      감히 무어라 말을 붙일 수 없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고맙고 눈물겹고 아름답고 좋습니다.
      흉허물 없이 지낸다는 말이 이해가 될 듯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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