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안경이 도착했다.

안경점에서 맞춘 지 일주일만에 도착했다.

자꾸만 어지럽게 느껴지고

식탁에 앉으면 안경을 벗어야하길래

2년전 다초점렌즈를 처음 맞춘 안경점에 다시 갔다.

렌즈만 바꾸려고 했더니, 안경사가 지금 가진 것은 그대로 두고 새 안경을 맞추라고 한다.

새 안경을 착용하니, 세상이 달라졌다.

메이벅스에 글을 쓸 때는 안경을 벗을 지, 쓰고 있을 지 자꾸만 고민이 되었는데,

이제는 새 안경을 쓰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아직 밥상머리에는 이 안경을 쓰고 앉아보지는 않았지만, 2년간은 안경을 쓴 채 밥상 앞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새 안경을 쓰고 일상의 자그마한 습관들이 바뀐다.

내 눈이 노안이 와서 세상을 왜곡해서 바라보았던 것이다.

코로나19사태로 너무나 많은 일상의 제약이 생겼다.

2020년은 시민들의 눈에 새로운 왜곡이 생겨났다.

손을 맞잡고 어깨동무하고 부둥켜 안고 격려하던 시절이 그립다.

된장뚝배기에 같이 숟가락을 부딪히던 시절이 벌써 그리워진다.

마주보고 앉아 침튀기며 논쟁하던 시절도 그립다.

우리의 아주 사소한 일상이어서 가치를 느끼지 못했던 모든 것들이 이토록 소중하게 그리워질 줄이야.....

구청공무원이 손소독제를 카페 문 앞에 두고 간다.

택배기사도 커피 한 잔 내려주며 수고하신다고 하고 싶지만, 문앞에 두고 가시라고 한다.

진해 해군기지 앞 도로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손잡고 함께 바라볼 수도 없다.

다행히 아파트 창문 앞에 몇그루 벚나무가 있어서 창문을 닫은 채 바라본다.

집에 들어가면 손을 소독하고 30초를 시간을 재며 비누로 씻고

외출복은 재빨리 실내복으로 갈아입는다.

"늦둥이가 아빠 왔다~~~"하며 달려오지만,

"안 돼~ 아빠 씻고!!!"

네이버와 다음에 달리는 댓글들은 극과 극으로 나뉘어 있다.

우리의 시선이 왜곡되면 동일한 사건을 정반대로 인식한다.

대화는 단절되고

고독은 더 깊어만 간다.

위트라는 안경을 사야겠다.

내가 틀렸고 당신이 옳다고 말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는가?

배려하고 인정하고 용납하는 안경을 써야겠다.

sd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