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유증

2월 하순 경부터 3월 한 달 동안 집에서 자가격리 아닌 자가격리로 재택근무를 하였습니다.

처음 집에서만 생활 할 때는 나름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서 일어나자마자 출근하는 것처럼 씻고 무너지면 안 된다는 마음을 다잡고 커피 한 잔과 함께 코로나 관련 뉴스를 검색하면서 하루를 시작 했습니다.

* 제 몸이 아닙니다.^^

밀린 청소도 좀 하고 미처 정리하지 못 했던 물건들도 정리하면서 나름 정신적인 여유도 좀 찾으려고 노력하기도 하구요. 밖에 나가지를 못하니 가끔씩 하던 조깅도 그만 둔 터라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도 좀 하구요.

그런데 이게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일상의 루틴으로 자리 잡고자 했던 일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거의 백수에 폐인(?) 생활로 접어들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운동하는 시간이 사라지더니 그다음에는 청소도 하루 이틀 미뤄지고 ...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씻는 것 하나만 남네요.

그 시간동안 아침에 일어나면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처럼 매일 매일 씻기는 씻었는데 커피 한 잔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뉴스 검색하고, 메이벅스 들렀다가 유튜브 보다가 시간이 지나면 밥 먹고, 식사 후에는 다시 컴퓨터 붙잡고 뉴스 검색하다가 지겨우면 다운받았던 영화보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등 따시고(?) 배부른 시간이 되면 노곤해지고 막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 지면서 졸음이 몰려오고...졸음과의 싸움에서 이겨보려고 버텨보지만 항상 지고...좀 자다가 일어나면 저녁때가 되고..그럼 다시 밥 먹어야 되고.. 가끔씩(?) 정신 건강을 위해서 고기랑 같이 술도 한 잔 하고... 치우고 또 TV보다가 컴퓨터 붙잡고 있다가 하다 보면 12시 넘고..낮잠 때문에 잠 안 오고...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겨우 잠들었다가 일어나면 어느 듯 해는 중천... 또 일어나서 씻고...

뭐 이런 생활의 연속이었더랬습니다. 조깅이라도 조금 해 볼까 해서 나가봤더니 둔치에는 이미 갑갑한 실내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산책 겸 해서 많이 나와 있고 마스크를 쓰고 달리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산책 삼아 걷기라도 좀 할 걸 그랬습니다. 그렇게 한 달여 넘게 생활하다가 이번 주부터 잠깐씩 사무실에 나왔다가 들어가는데 사무실에 나오려고 옷을 입는 순간 즐겨 입던 티는 쫄티가 되어있고 셔츠의 단추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억지로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지도 역시나...

* 이 또한 제 몸이 아닙니다.^^ 

몸의 변화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옷은 작아진 것 같습니다. 어느 분이 올린 글처럼 확찐자(?)의 모습이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의 후유증이 이렇게 나타나는가 봅니다. 이제는 몸에 맞는 옷을 새로 사야 할 지 아니면 몸을 옷에 맞추어야 할지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옷을 새로 사는 것은 반백수(?)기간 동안 수입이 제로라 텅텅 비어버린 통장 잔고가 문제고 몸을 옷에 맞추는 것은 그런 이유로 옷장에 쉬고 있는 옷들이 한 가득이라는 문제가 있네요. 어느 쪽이 나을 까요?

한때는 많이 먹어도 살이 안찌는 축복 받은 체질이라는 부러움도 받았더랬는데 먹고 안 움직이니까 바로 몸에서 그 증거가 나타나네요. 먹은 만큼 살로 가는 것은 사실인가 봅니다. 그나저나 이런 코로나 후유증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반 자가격리 생활 이후 남은 것은 텅 비어버린 통장 잔고와 작아져버린(?) 옷들 뿐 이네요.

모두 바이러스도 조심하시고 후유증도 조심 하시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되시기를 바랍니다.

억수로빠른 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