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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넘을 수 있는 힘7개월째 노모를 모신다는 건 육체만 아니라 영혼도 힘이 필요하다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엘 다녀왔다.

어버이날을 보내면서 형제들이 다녀갔지만, 

정작 어머니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신다.

늦둥이였던 나를 아직도 24세의 총각으로 보신다.

며느리를 보고, 막내아들과 동거하는 줄 아신다.

어머니도 참 신세대이시다.

자신의 아들이 결혼도 하지 않고 동거를 하면서 딸 셋을 낳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다니......

자꾸만 근육에 힘이 빠진다.

어머니는 치매는 물론이고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약은 7-8개를 아침 저녁으로 드신다.

밥은 잘 드시니, 아직 십년은 더 사실 것 같지만,

다리도 팔도 어깨도 허리도 아프시다며 움직이지 않으시려 한다.

억지로 팔과 다리를 움직이도록 하려고

식사 하신 후에는 음악을 틀어놓고 앞에서 춤을 춘다.

황후에게는 무슨 말로도 할 수 없는 미안함이 쌓인다.

드디어 고3인 딸이 올 해 처음 등교를 했다.

드디어 어머니가 기저귀에 대변을 보셨다.

삶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생겨난다.

어머니를 안고 변기에 앉히는 것도 힘들고,

어머니의 기저귀를 갈아드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한계를 넘을 수 있는 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왔다.

이 7개월의 쌓인 한계점을 넘으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다행히,

주간보호센터에서 못 걸으셔도 괜찮으니 모시겠다고 연락이 왔다.

내일은 2주간 못 갔던 학교(우리는 센터를 학교라 부른다.)에 등교하실 것이다.

청도 고향의 동네를 휠체어 타고 돌았다.

어머니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신 동네 어르신이 어머니 손을 잡고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왔네"라며 눈시울을 적신다.

어머니는 무덤덤하시다.

어머니 기억에는 7개월 고향을 떠났던 기억조차 없으시다.

그저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는 양, 

왜 이렇게 호들갑인지 이해를 못하신다.

좋은 점도 있는 게지......

좋은 점만 생각하자!

한계를 넘을 수 있는 힘!

긍정적인 사고 밖에 뭐가 있겠나^^

#치매#봉양#노모#한계#고향#질병#주간보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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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짬e(alzzame)VIP 2020-05-23 19:34:49 122.37.***.***

    치매로 고생하다 가신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그때 큰형님께서 정말 고생하셨는데..
    님께서도 큰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저의 큰형님같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사진 풍경 또한 어쩜 저렇게 저의 집과 닮았을까요?   삭제

    • 라니(jkjfam17) 2020-05-22 17:26:19 118.235.***.***

      한계는 항상 있었고 한계를 뛰어넘는 동안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고 그 경험이 쌓여서 인간이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겠죠   삭제

      • 바라보기(qkfkqhrl)VIPVIP 2020-05-21 21:29:34 58.184.***.***

        오늘은 아내가 장모님의 혈육으로 한분 남으신 외숙의 병환을 얘기 했습니다.
        장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오빠를 보고자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장모님 모시러 가자고 했습니다.
        장모님은 광주에 계시고 외숙은 서울에 계시거든요.
        어른들의 오늘 내일이 행복했으면 하는 맘 뿐입니다.
        힘네세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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