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3주전부터 휠체어에 의지해서 출입하신다.

주간보호센타를 3주간 쉬었다.

어머니 몸이 급격하게 나빠지셔서 누워만 계셨다.

다행히 밥도 잘 드시고 배변활동도 자연스러우셔서 회복되셨다.

3주전에는 보행기를 밀고 걸으셨는데, 

이제는 휠체어를 타야하는 상태다.

그런데 주간보호센타에서 모시겠다고 연락이 왔다.

다시 학교에 가신다. 우리는 주간보호센타를 학교라고 부른다.

어제는 3주만에 첫 등교를 하신 기념으로

아파트 화단의 클로버꽃으로 팔찌를 만들어 드렸다.

87세에 처음으로 학교를 간다.

9형제자매 중 둘째로 태어나 시집가기 전까지 집안 일만 하셨고

아버지에게 시집 와서 

강도 만나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남은 과부와

보도연맹으로 총살 당한 시아주버니의 유복자를 밴 과부를 모시고 살았다.

그런데 다행인지(?)

지금은 치매로 전혀 기억하지 못하신다.

3주만에 처음으로 당신의 오른 손으로 밥숟가락을 드셨다.

조금 흔들리긴 하지만, 그래도......

황후와 박수를 치며 기뻐했더니.....

어머니는 의아한 눈초리로 우리를 둘러 보신다.

'아니, 오른손으로 밥 먹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

그 표정이 더 재미있어서 한참을 웃었다.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돈이야기이다.

어머니는 아직도 내가 총각인 줄 아시거나, 자신의 맏아들이라 생각하신다.

그래서 어느날 황후가 장난을 쳤다.

어머니는 매일 "너희들 밥은 먹고 사나?"하신다. 

"어머니 우리 집 사주세요"

3주간 누워만 계시고 말할 힘도 없어 잘 알아들을 수도 없었는데,

갑자기 큰 목소리로,

"내가 돈이 어디 있노!" 하신다.

그 이후로 어머니 기력이 회복되었다.

평생 2부5리나 되는 이자의 빚을 짊어지고 살았던 50년 전을 기억하시나 보다.

매일 지갑을 꺼내 돈을 세신다.

어머니 지갑에는 오만원짜리가 8장, 오천원짜리가 5장 들어있다.

가끔은 구분을 하시지만, 대부분 그냥 13장이라고 하신다.

"이거 사십이만오천원이에요!"

"어머니가 우리집에서 현금 젤 많이 가지고 계시네!"

"할머니 치킨 사주세요"

"그래,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

어머니가 주시는 오천원짜리 1장을 막둥이 손녀가 받아서......

다시 지갑에 넣어둔다.

sd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