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

부부사이라고 해서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좋은 때는 그보다 좋은 것이

없지만 나쁠 때는 그보다 나쁜

것이 없는 것이 부부 관계다.

부부 사이에는 촌수가 없다. 매일 밤 한 이불 속에서 몸을 섞는 가장 가까운 사이면서도 촌수가 주어지지 않는다. 부부는 일심동체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부부 사이가 무촌인 것은 순전히 핏줄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남녀가 만나서 인위적 관계를 엮었기 때문에 촌수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부부 사이가 핏줄이 아니라는 사실은 부부 쌍방에게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것은 언제든 남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해 주고 있다. 핏줄인 관계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이별을 하고 남남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핏줄이 아닌 관계에서는 얼마든지 헤어지고 남남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돌아누우면 남남인 것이 부부 관계’라는 옛말도 이에 근거한다.

부부 관계는 영원히 불변하는 관계가 아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깨어질 수 있는 것이 부부 관계이다. 가장 어렵게 깨어질 것처럼 보이면서도 가장 쉽게 깨어지는 것이 또한 부부 관계이다. 이처럼 깨어지기 쉬운 부부 관계를 오래오래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남남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사랑도 쏟고, 예의도 보여서 다독거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