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송금용 QR 코드가 생성된 알카삼 여단의 공식 홈페이지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가 국제 테러 조직들이 소유한 암호화폐 계좌 수백개를 몰수했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13일(미국 동부 시간) 긴급 성명을 통해 여러 연방 정부기관들과 협력하여 3개 국제 테러 조직들의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조달 계획을 적발, 일망타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테러 조직의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조달은 사상 최대 규모로 이번 일에 연루된 3개 테러 조직들은 각각 알카에다(القاعدة),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داعش : ISIS), 그리고 하마스 산하의 알카삼 여단(كتائب الشهيد عز الدين القسام) 등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테러 조직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테러 자금 조달에 연루된 알카에다 등 3개 테러 조직들은 4개의 공식 웹사이트와 4개의 페이스북 계정, 그리고 300개 이상의 암호화폐 계좌들을 통해 적어도 100만 달러(약 11억8700만원) 이상의 자금 조달을 눈앞에 둔 상태였지만 지금은 전액 몰수되었으며, 일부 금액은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으로 충당될 예정입니다.

특히, 이들 테러 조직들은 공식 웹사이트를 제작, 사이트 내에 암호화폐 지갑주소가 내장된 QR 코드를 생성하여 지지자들이 간편하게 암호화폐를 송금할 수 있도록 유도했으며 테러 자금 조달을 "비폭력 투쟁을 위한 기부"라고 미화한 것은 물론, 심지어 가짜 회사를 운영했을 정도로 수법이 치밀했습니다. 

알카삼 여단의 경우 2019년부터 여러 개의 공식 홈페이지를 만들어 비트코인을 통한 자금 조달을 계속해왔으며, 초보자들에게 비트코인 송금의 원리를 이해시킬 수 있도록 직접 교육 영상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알카삼 여단은 150개 이상의 암호화폐 계좌를 운영하면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지갑 주소를 변경했고 자금 세탁도 체계적으로 관리했지만, 오히려 이러한 체계성과 복잡성으로 인해 덜미를 잡혔습니다.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암호화폐 송금을 유도하는 알카에다 대원들

알카에다의 경우 현재 러시아와 터키 등 여러 국가들이 개입된 분쟁 지역인 시리아를 중심으로 텔레그램(Telegram) 등 여러 종류의 SNS를 통해 비트코인을 통해 테러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다른 테러 조직들과는 달리 알카에다는 현지의 여러 협력 테러 조직들과 함께 움직였는데, 특히 알카에다는 비트코인 외에도 모네로(XMR), 대시(DASH), 버지(XVG) 등 무려 155가지 암호화폐의 송금을 지원했을 정도로 암호화폐 활용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S)가 비트코인 송금을 위해 만든 가짜 의료용품 회사 홈페이지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S)의 경우 특이하게도 미국인들의 코로나 감염 공포를 이용했습니다. ISIS는 조직 내 해킹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가짜 회사 홈페이지를 설립, 개인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N95 마스크와 각종 의료용품들을 판매한다고 홍보했습니다.

ISIS의 가짜 의료용품 회사 홈페이지는 물건 결제시 비트코인 송금을 요구했는데 가장 인기가 좋은 품목은 N95 마스크였습니다. 문제는 해당 N95 마스크는 미국 식품의약안전청(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허가 리스트에 없는 품목이었다는 것으로, 당연히 비트코인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전형적인 사기 범죄였음에도 피해 사례에는 소수의 미국인들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이번에 테러 조직들의 암호화폐 자금 조달을 저지하기 위해 국토안보부(Homeland Security),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세무범죄수사국(IRS-CI : IRS Criminal Investigation) 등 여러 연방 정부기관들은 물론, 워싱턴D.C. 지방검찰청(US Attorney’s Office for the District of Columbia) 등 여러 지역 검찰청들과도 협력해 대규모 공동 작전을 펼쳤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법무부를 포함한 각 기관들은 테러 조직이 암호화폐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각별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한편, 이번에 미국 법무부와 여러 기관들의 합동 작전으로 테러 조직의 암호화폐 송금을 저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알려지지 않은 암호화폐 거래 추적 프로그램이 사용된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미국 국세청(IRS)은 모네로(XMR), 대시(DASH), 버지(XVG), 지캐시(ZEC), 코모도(KMD) 등 거래 과정을 추적하기 어려운 프라이버시 코인들을 추적하는데 특화된 프로그램에 대한 입찰 용역을 지난 달 7월경 신청한 바 있습니다. 

어쩌면 미국 연방정부 기관들은 이미 최소 1종류 이상의 암호화폐 추적 프로그램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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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3개 테러 조직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암호화폐를 사용했지만 결국 미국 법무부의 연합 작전으로 실제 자금은 전부 몰수되었다는군요. 이제는 테러 조직들도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인 것인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컨텐츠를 보여주는 대신 깔끔하게 홈페이지와 SNS 계정을 이용하는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테러 활동과 직결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런 방식이 통한다니 말이죠. 

오죽하면 미국 법무부가 국토안보부와 연방수사국 등 여러 정부 기관들을 동원했을까요. 그 정도로 국제 테러 조직들의 암호화폐 활용도가 치밀하고 높은 수준으로 숙련되어있음을 뜻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런 치밀한 암호화폐 거래 과정을 추적해내는 미국 정부 기관들도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쫓기는 쪽과 쫓는 쪽 모두 암호화폐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분명한 점은 지금도 사이버 공간에서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Global Disruption of Three Terror Finance Cyber-Enabled Campaigns]

https://www.justice.gov/opa/pr/global-disruption-three-terror-finance-cyber-enabled-campaigns

[DOJ Seizes Accounts With Millions Of Dollars In Cryptocurrency Used By Al-Qaeda, ISIS, Hamas]

https://www.forbes.com/sites/siladityaray/2020/08/13/doj-seizes-accounts-with-millions-of-dollars-in-cryptocurrency-used-by-al-qaeda-isis-hamas/#28c1c9fd40a1

[Chainalysis in Action: Department of Justice Announces Takedown of Two Terrorism Financing Campaigns with Help from Blockchain Analysis]

https://blog.chainalysis.com/reports/cryptocurrency-terrorism-financing-al-qaeda-al-qassam-brigades-bitcointrans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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