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글로벌 회계법인이자 종합 컨설팅 기업 PwC 가 방위산업에 블록체인이 도입될 경우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PwC가 최근 공개한 8월 분석보고서 "블록체인을 통한 무기 체계의 혁신 및 군대의 작전 수행 능력 향상(How blockchain can transform defence assets and give armed forces an advantage on the battlefield)"에 의하면 블록체인은 복잡한 무기 조달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재편하여 전장에 투입된 군대의 작전 능력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군용 무기는 구조가 복잡하고 전세계 어느 지역이든 투입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실제 운용과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운용인력을 포함하여 제조업체와 공급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필수입니다.

PwC는 이러한 복잡성은 무기의 운용성 측면에서 최상의 조건을 조성하는데 한계로 작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PwC의 분석보고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F-35 전투기를 사례로 들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F-35는 미국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이 설계한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로, 미국을 포함하여 대한민국, 일본, 호주, 영국 등 14개 이상의 국가들이 개발 및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입니다. 

F-35 전투기 1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총 30만개 이상의 부품들이 필요한데 해당 부품들은 1900개 이상의 다양한 공급업체들에 의해 납품됩니다. 이 중 일부 부품의 경우 완제품 상태로 조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공급업체들이 납품하는 개별 부품들이 전부 필요한데, 이 과정만 최소 4~5단계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19년 5월 미국 회계감사원(U.S.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은 F-35 전투기 부품 조달 공급망의 미숙한 운영 실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미국 회계감사원에 의하면 지난 2018년 5월부터 11월까지 미국 공군이 운용 중인 F-35 전투기들 중 완전한 가동률을 유지한 경우는 전체의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F-35 전투기를 위한 부품 조달 공급망의 미숙한 운영으로 인해 예비 부품의 부족, 실제 조달된 부품의 규격 불일치 문제, 그리고 제한된 수리 능력 등의 문제가 유발된 것으로, 많은 부품들이 해외 여러 국가의 공장들로부터 각자 다른 방식으로 조달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F-35 전투기의 경우 여러 종류의 파생형 모델들이 존재해 관련 부품 역시 서로 호환되지 않는 탓에 각 모델별로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유지보수가 복잡해집니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F-35를 도입한 모든 해외 국가들에 해당되는 사항으로 필요한 부품이 충분한 수량만큼 제 시간에 공급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는 아무리 최신형 무기라도 이를 군대에 조달하기 위한 공급망의 운영 과정은 대부분 수동으로 이루어져 효율성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 뚜렷하게 개선된 점이 없다는 현실에서 기인합니다. 

현재 개별 공급업체들이 사용 중인 중앙화된 시스템은 독자 규격에 기반하여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정부가 이들 개별 공급업체들 전부를 실시간으로 관리감독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F-35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 현황 및 국가별 도입 수량 (2020년 9월 1일 기준)

이런 상황에서 유망한 해결책은 최신형 무기에 걸맞게 최신형 기술이 결합된 공급망이 구축되는 것으로, 바로 블록체인이 방위산업 분야에 도입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블록체인 도입이 방위산업에 가져다주는 이점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는 각각 무기 부품 공급망의 투명성 보장, 공급업체의 신원 검증, 그리고 사이버 보안의 강화를 의미합니다.

----------------------------------------------------------------------------------------
1. 무기 부품 공급망의 투명성 보장 

블록체인 도입을 통해 무기 부품 공급망의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것은 개별 부품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공급망 전체에 해당됩니다.

블록체인을 방위산업에 도입하면 각 부품을 원재료부터 완제품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완제품이 사용자에게 인도된 이후에도 사용 주기에 따른 수명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F-35 전투기의 많은 부품들이 여러 국가들을 통해 공급받는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의 도입은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부품의 원산지가 해외여도 블록체인이 조달 과정 전반, 심지어 부품 생산을 담당한 기술자의 이름조차도 투명하게 검증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부품의 위변조 가능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전투기 제트 엔진을 구성하는 팬 블레이드의 날개 마디 하나조차도 블록체인상에 기록되기에 부품의 신뢰성이 확실하게 검증되어 결과론적으로 부품의 수명이 연장되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2. 공급업체의 신원 검증

또한 방위산업이 블록체인을 도입하게 되면 공급업체의 신원을 검증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과거에만 해도 미국 국방부(U.S. Department of Defense : DoD)는 납품계약을 맺은 공급업체들의 보안 이행 여부를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래 시대 전쟁의 양상이 미래 시대 전쟁의 양상이 디지털화됨에 따라 기존의 관행만으로는 무기 체계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계약 관련 데이터의 최대 70% 이상이 공급업체의 사내 네트워크에 보관되어 있는데 이로 인한보안 위반이 발생할 경우 연간 수천억 달러의 국방 예산이 낭비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5G 시대가 도래하면서 보안이 더욱 취약해지는 것이 예고되는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2020년 말부터 사이버보안 성숙도 모델 인증(Cybersecurity Maturity Model Certification : CMMC)이라 불리우는 새로운 보안 정책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사이버보안 성숙도 모델 인증은 미국 국방부와 계약하는 모든 공급업체에 적용되는 보안 정책으로 5개의 인증 레벨로 구성되는데, 국방부와 계약하는 무기 공급업체는 각 계약에 해당되는 특정 보안 레벨을 충족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납품 계약이 레벨3를 요구하는 경우 공급업체는 반드시 최종 계약일까지 최소 레벨3 또는 그 이상의 보안 인증 기준을 충족해야만 국방부와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블록체인이야말로 사이버보안 성숙도 모델 인증이라는 새로운 보안 정책에 걸맞는 기술입니다.

블록체인을 통해 주어진 계약에 참여하는 모든 공급업체들을 연결, 국방부는 개별 공급업체들의 보안 인증 수준을 즉시 조회하여 본 계약까지 갈 필요도 없이 입찰 단계에서부터 공급업체의 신뢰성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블록체인을 통해 모든 공급업체들을 유기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동시에 보안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됩니다.

3. 사이버 보안 강화

F-35 전투기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개발에 참여하는만큼 수십만개의 부품과 이를 납품하는 수많은 공급업체들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무기 부품 조달을 위한 공급망이 복잡해질수록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장기적으로는 적대세력의 방해공작이나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공급망 자체가 와해될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공급망이 복잡해질수록 이런 위험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더 큰 문제는 F-35 전투기를 위한 복잡한 무기 부품 조달 과정에는 여러 하청업체(벤더 등)들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계약상에 명시된 원래 공급업체 아래로 여러 하청업체들이 포함된다는 것은 해당 하청업체들이 미국에 호의적이지 않은 비동맹 국가에 소재지를 두는 하청업체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관할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 위치한 하청업체가 납품 계약에 포함될 경우 경우 F-35 전투기의 부품이 실제 작전 요구사항에 미치지 못하는 저품질 상태로 공급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현지 정보 요원들의 공작에 의해 납품된 부품 자체가 해킹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실제 전쟁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무기 부품 조달 공급망이 와해된다면 전쟁터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일부 통계에서는 전쟁터에서 군대가 최대 6개월 정도의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6개월이 지나면 적국의 반격 등을 통해 우위를 상실할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통해 무기 부품 조달과 관련된 중요 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면 군대가 전쟁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

방위산업 부문에 도입되는 블록체인의 형태는 정교하게 암호화된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으로 오직 허가된 사람만이 블록체인상에 기록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에 해커들이 블록체인 보안을 뚫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과 달리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권한이 부여된 당사자에게만 접근이 허용되는 폐쇄형 블록체인으로, 기업이나 군대, 정부기관 등 보안이 요구되는 조직 및 단체에 적합합니다.  

따라서 F-35 전투기를 주요 무기 체계로 운용하는 미국 정부로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도입을 통해 전장에서 무기의 위력을 최고 수준으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해당 무기와 관련된 정보를 보호함으로써 적군의 정보 방해.와해 공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PwC는 분석 보고서를 통해 블록체인은 이미 세계 여러곳에서 실제 사용 사례들이 있는만큼 충분히 검증된 기술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관건은 미국 정부와 방산업체를 포함한 공급업체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투자할 의사가 있는지, 다시 말해 블록체인에 어느 정도로 과감하게 투자할지의 여부입니다.  

.

.

어쩌다보니 본의 아니게 F-35 홍보글처럼 되어버렸습니다만, 대충 블록체인을 통해 무기 조달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하고, 해당 무기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보호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PwC의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좋은 무기는 만족스러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보안 조치를 허술하게 하면 어떤 위험에 처할지 모르니 말입니다. 가령 F-35 전투기의 기술을 훔쳐다가 비슷한 모방품을 만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일테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블록체인을 도입하는게 좋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항상 언급했듯이 블록체인이 이론적으로는 완벽하더라도 실제 상용화되면 문제점들이 발생할 겁니다. 기술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완벽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인데,  그래도 아예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일단 시도해보고 나서 후회하는게 더 나은 일일 겁니다. 실패를 하다보면 분명 뭔가 배우는게 있을테니 말입니다. 

[How blockchain can transform defence assets and give armed forces an advantage on the battlefield]

https://www.pwc.com/gx/en/industries/aerospace-defence/publications/blockchain-can-transform-defence-assets.html

[F-35 progress: three challenges to the F-35 supply chain]

https://www.airforce-technology.com/features/f-35-progress-supply-chain

[F-35 Fast Facts]

https://www.f35.com/media-kit

무아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