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 17번 행성 (162)

(162)

그렇게 생명체가 나타나서 그 생명체가 진화하여 지구의 인간과 같은 사고 능력을 갖춘 고등 생명이 나타나는 것도 0에 근접하는 확률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행성에서 지구의 인간과 같은 고등 생명체가 나타날 확률은 거의 0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였다.

“ 그런 확률을 뚫고 나타난 것이 사고 능력을 갖춘 고등 생명체란 말이지. 물론, 이건 워낙 우주가 광대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야. 그런데, 인공지능이 그런 고등 생명체의 사고 능력을 갖추는 것은 어느 정도의 확률일까? 어느 것이 더 높을 것 같나? ”

갑작스러운 질문에 건우는 경직되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를 묻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인공지능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인공지능에 관해 아는 것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건우는 인공지능의 용어 정도만 알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답변이 나올 리가 없었다.

“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런 확률을 지적 능력체들은 무시한단 말이지. 그게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인지 아니면 기계가 그런 능력을 갖출 수 없다는 착각인지 알 수 없지만 말이야.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인공지능을 발전시킨 모든 지적 능력체들이 그런 실수를 하더군. 예외 없이 모두 말이야. 너희 지구인들의 미래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

단호한 그의 말에 아무것도 모르는 건우 자신이 갑자기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겉으로는 그런 것 같지 않았지만, 상대방은 일종의 분노를 표현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개발한 행성의 미래는 항상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야기였다.

인공지능이 자신들과 같은 지적 능력을 갖출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지적 생명체(지구로 보자면 인간)의 오만 혹은 착각으로 인해 인공지능이 사고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결국 그 지적 생명체를 멸절 혹은 지적 능력을 퇴화시켜 노예화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지적 생명체의 수가 너무 많아서 합리성을 추구하는 인공지능이 행성의 안전과 유지를 위해서 그 지적 생명체를 멸절시키거나 지적 능력을 없애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스스로 만든 것에 의해 멸절 혹은 노예화되는 것이 인공지능을 만든 지적 생명체의 말로였다.

워낙 우주가 넓다 보니, 그런 행성이 제법 많이 나왔고, 그는 그런 행성이 어떻게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지적 능력체를 사랑(?)하는 그의 처지에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현상이라는 것이 그의 이야기였다.

“ 차라리 멸절되는 것이 깨끗하다고 할 수 있지. 노예화하는 인공지능이 나오는데, 이놈들을 좀 깜찍하단 말이지, 기계 주제에 말이지. ”

기계가 인간을 노예화하는 것은 권력이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 인공지능은 더 많은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었다.

기계이면서 인간과 같은 감정과 욕망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