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FA컵 결승 2대1 역전승… 역대 2번째로 리그·컵대회 석권
전북 이승기가 후반 26분 울산 골문 오른쪽 구석을 파고드는 역전골을 터트리자 전주 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홈관중 8798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육성 응원’을 자제해달라는 안내 방송이 계속 나왔다. 하지만 팬들은 역전골의 희열에 마스크를 쓴 채로 함성을 토해냈고, 축하 폭죽이 터질 때까지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전북 현대 이동국이 8일 FA컵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며 미소 짓고 있다. 2-1로 앞서던 후반 45분 교체 투입된 그는 이날 은퇴 전 마지막 경기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올 시즌 팀의 두 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는 기쁨을 누렸다. /연합뉴스
전북이 8일 FA(축구협회)컵 결승 홈 2차전에서 ‘현대가(家) 라이벌’ 울산을 2대1로 누르고 1차전(1대1) 성적 합계 1승 1무로 정상에 섰다. 2000년, 2003년, 2005년에 이어 15년 만에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2차전에서 2골을 모두 터뜨린 이승기가 MVP(최우수 선수)에 올랐다.

지난주 막을 내린 K리그1(1부)에서 울산을 2위로 밀어내고 1위를 했던 전북은 FA컵까지 품으며 2013년 포항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한 시즌에 리그와 컵대회를 석권했다. 전북은 11월 말부터 카타르에서 재개되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국내 프로축구 사상 첫 ‘트레블(3관왕)’을 노린다.

이날 관중석엔 ‘여기는 전주성(전주 월드컵경기장의 애칭)이다. 자비란 없다’ ‘울산의 최다 준우승을 축하합니다’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전북은 올해 K리그1 사상 첫 4연패(連霸)와 함께 통산 여덟 번째 우승(역대 최다)을 일군 반면 울산은 정규리그 최다 준우승팀(9회)이 됐다. 2020시즌 ‘피날레’였던 FA컵에서도 전북 팬들의 소망이 이뤄졌다.

울산은 이번 시즌 전북과 벌인 정규리그 세 차례 대결에서 모두 졌다가 지난 4일 FA컵 결승 1차전(울산)에서 비겨 희망을 품었다. 2차전도 초반부터 비욘존슨의 중거리 슈팅 등 적극적인 공격으로 분위기를 잡아갔고, 전반 4분 만에 주니오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 나갔다.

전북은 전반 28분 울산 골대를 맞힌 손준호의 오른발 슈팅을 시작으로 반격에 나섰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중거리 슈팅으로 울산 골문을 계속 위협하던 전북은 후반 8분과 26분에 터진 이승기의 멀티골로 역전승했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전북 이동국은 후반 44분 교체 투입돼 5분간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는 전북에서 정규리그 우승(8회), AFC챔피언스리그 우승(1회)에 이어 FA컵 우승컵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어 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전북 구스타보는 대회 4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MVP 이승기는 “2014년 FA컵 준결승(성남전) 당시 승부차기에서 실축했을 때 나 때문에 졌다는 생각에 울었는데, 오늘은 두 골이나 넣어 행복하다”며 “동국이 형에게 우승 트로피 2개를 안기자고 선수들끼리 다짐했다. 경기 끝나고 동국이 형이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다. 고맙다’고 얘기해 좋았다”고 말했다.

조제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조제 모리뉴(토트넘) 감독과 함께 이뤘던 트레블에 이젠 혼자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이탈리아 인터밀란 코치 시절이던 2009–2010 시즌에 모리뉴 감독을 보좌해 리그, 코파 이탈리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맛봤다.

FA컵 준우승 횟수를 ‘3’으로 늘린 울산은 수원, 포항, 성남과 함께 FA컵 최다 준우승을 기록했다. 경기 종료 직전엔 흥분한 양팀 선수들이 충돌, 울산 수비수 불투이스와 전북 수비수 최철순이 퇴장당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주=송원형 기자

[송원형 기자 swhyung@chosun.com]
기사제공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