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하루 종일 꾸물꾸물하고 가끔 빗방울도 떨어지는 
막걸리가 땡기는 날이었다. 뭐니뭐니해도 막걸리 안주로는
각종 전이 제격인지라 퇴근길에 오랜만에 마포에 있는 전골목을 찾았다.
말이 골목이지 2개의 가게가 마주보며 본인들의 상품인 전과 튀김을
진열해 놓은 곳이다. 

이미 몇몇 테이블에서는 막걸리의 빈병이 보이고 퇴근시간이다보니
일하시는 분들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있었다. 와이프와 아들넘이 
좋아할 만한 전들을 바구니에 담아 건네고 계산을 마치고 
시장 골목을 빠져 나오는데 골목 한켠에 고양이 2마리가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 시장은 족발도 유명한 곳이라 고양이 입장에서는 최적의
거주지이기도 할 것이기에 낯설지 않은 풍경인데 사람이
부지런히 지나다녀도 도망갈 기색 없이 빤히 쳐다보는
그 고양이들을 보자니 '그래 너도 우리랑 같이 사는 동반자다'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발길을 멈췄다.

반려견, 반려묘가 유행인 요즘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살지 않는
길고양이였지만 그래도 다른 방법으로 우리와 공생하고
그들도 엄연한 인간 공동체의 구성원이었다. 

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