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견디는데도 절망뿐인 삶, 자기 한 몸도 건사하기 힘든데 병든 어미까지 감당해야 하는 삶,버릴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끈적거림에 자신을 버려야 끝날 것 같아 강에 뛰어들었다. 
강에 뛰어든 해류를 구해준건 곤이였다. 아가미가 있는 남자,
이 호수는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놓아버린 생명의 고통이 응고되어 깊고 어두운 냄새가 난다.

절망적인 현실에  아들과 함께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 아버지는 시체로 아들은 노인에 의해 구해진다.  
노인은 딸이 버린 손자 강하와 함께 살고 있다. 강하는 강에서 건져올린 그 아이에겐 남과 같지 않은  아가미가 있다는 것 때문에 아이를 숨긴다. 
남과 같지 않은 모습으로 환영받지 못할 거라는 걸,그 어린 나이에도 알아버린 것이다. 
아이에게 곤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곤이 증오나 동정의 대상이 되는 걸 누구보다 싫어했던 강하는 
세상의 조롱거리가 될까봐 타인의 불편한 시선으로부터 자신만의 방식으로 곤을 보호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달리 곤에게 살갑게 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물고기 새끼라 부르며 아가미가 있는 흉물취급했지만 속은 누구보다 그를 아끼고 사랑했다.
왜 그렇게들 서로를 따뜻하게 품을 수는 없는 건지.진짜 마음과 같은 온도로 말이 나가지 않는건지.

자신을 감추기에 급급했던 곤이 '너 참 예쁘다'는 이녕의 말에 구원받은 것만 같다고 느꼈던 건 흉물취급하는 강하의 탓이 컸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멀리 보내는 것으로 곤을 지키려했던 강하가 '살아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을 때 곤은 격하게 감동한다. 처음으로 존재 자체를 인정받는 기분이여서, 

강하가 물고기가 아닌 사람으로 봐주었으면 했기에  그가 건넨 말은 곤을 사람 그 이상.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을 표현했다 여겼기에 벅차올랐던 것이다.
진심을 전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등장인물이 하나같이 외롭고 고달픈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다. 모두에게 연민이 발동되었다. 
노인이 곤을 바다에서 건졌을 때도, 어미 정을 못느끼고 산 강하에게도, 약물에 의지해 다 망가진 몸으로 돌아온 이녕까지.

새끼를 낳아 자신에게 갖다버리듯 보내놓고 찾아오지도 연락한번 안한 딸이 다 망가져 돌아왔다. 노인은 그런 딸이 밉다가도 측은지심이 생겼을 것이고. 
강하는 자신을 버린 어미를 증오하면서도 보고팠을 것이다, 약에 중독되어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내뱉았지만 어미 이녕의 죽음에  맘이 얼마나 찢어졌겠는가?
죽고 싶다가도 살고 싶고 살다가도 죽고 싶은 감정이 드는 거
어떻게 한가지 감정으로만 표현할 수 있으리.
그렇게 자신의 한쪽 감정을 은폐하며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으며 살아간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상처에 공감했고  그들이 가지는 양가감정을 이해했다.

엄마없이는 못 산다고 여기면서도 엄마가 죽었을 때 슬픔보다 해방감이 더 크게 찾아왔던 해류를, 현실과 감정속에서 오는 양가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할아버지 병수발을 들고 있는 강하를 보면서 자기와 같은 연민을 느꼈을 것이다. 
강하의 진심에 가슴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기에 해류는 곤에게 강하의 소식을 전하고 강하의 마음을 전달한다.
강하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강이 있는 사진만을 전송하며 자신이 잘 있다는 안부를 전하고 싶은 곤의 마음도, 
두 사람의 마음을 잘 알기에 해류는 곤에게 강하가 폭우에 휩쓸려 죽었고 시체를 찾지 못했다고 전해주었다.

강하의 시체를 찾기 위해 곤은 깊은 바다를 헤매고 다닌다.
불신과 경악으로 가득찬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주었던 강하였기에 

'눈부신 것, 빛나는 것, 귀한 것, 좋은 것은 숨겨놓고 혼자만 아는 거야. 남하고 나누는 게 아니란다.' 
강하에게 곤은 그런 존재는 아니었을까, 

정말로 슬프거나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거나 더이상 지킬 것도 버릴 것도 없는 사람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린다. 
버텨낼 손톱만한 의지도  없이 쓰러진다.

그러나 삶이 아무리 허허벌판이라고 해도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송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