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햇빛도 있고, 천둥과 번개도 있고, 소나기도 있는 날이다.

며칠 전 친구가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한여름답지 않게 시원하면서도 고즈넉하다.

하늘이 너무 가까이 내려와 앉아 포근하지만, 이 단어가 여름에는 부담스럽다.

페북의 다른 친구들도 이와 비슷한 사진을 올렸다. 

다들 나도 찍었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우리가 함께 짊어지고 있는 하늘은 존재하지 않지만, 푸른색으로 끝없음을 증명하려 한다.

좌측의 녹지와 우측의 주택단지도 나름은 영원하려는 듯 보인다.

녹지를 잠식하여 호수 속으로 밀어넣어버릴 것 같은 아파트들의 포위작전이 수십년간 진행되었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나무들, 돌들, 하천들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아래 묻혔다.

석양을 찍어 보낸 친구의 사진 속에서 인류의 종말을 보는 건, 

친구로서 할 짓이 아니지만,

잦은 열대성기후에서 보이는 스콜같은 현상이 오늘도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존재하지도 않는 하늘을 어깨에 짊어질 필요는 없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연은 대자연이라는 이름답게 인류를 거의 멸종시켜서라도 지구를 정화할 것이다.

코로나사태로 인적이 끊긴 도시들마다 들짐승들이 출몰한다.

인간이 몇년만 존재하지 않으면 자연은 그 자리를 모두 차지한다.

코로나사태로 지구 대기 중의 이산화질소는 35%가 줄었고,

관광객이 끊긴 해변에는 다시 플랑크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자신들의 존재를 형광색으로 발산한다.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 

sd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