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독서모임 '책첵'이 읽기로 한, 국사편찬위원회가 펴낸 한국문화사 38권 "무속, 신과 인간을 잇다"를 읽는다. 

이 책이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무속의 역사, 무속의례, 무당, 무당굿놀이의 사회공동체 기여들을 연구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서구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 민족 문화에 대한 파괴가 얼마나 쉽게 이루어졌는지를 다룬다.

인간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공동체성을 지켜내려는 노력은 언제나 신의 위치를 점령하고 공동체성을 파괴하려는 욕망과 다툰다.

양심과 도덕적 사고의 근원을 무속은 끊임없이 제공했다.

그러나 욕망과 권력은 무속을 끝없이 비웃고, 자기파괴적인 욕망의 화신을 흉내내기에 중독된다.

딸이 케찹으로 데코해 준 볶음밥을 먹는다.

막내는 야채를 모두 아빠에게 덜어주고 햄인지 밥인지 모를 볶음밥을 끌어안는다.

첫째도 파프리카를 둘째 그릇에 슬쩍 옮겨담다가, 

하이톤의 "언니~~~"에 멋쩍어 한다.

나머지 네 가족의 여덟개의 눈이 모두 찢어질 듯 울려퍼지는 소리를 쫓아 첫째에게 비난이 섞일 듯, 말 듯, 이해할 수도 있다는 듯, 뭐 그런 눈빛을 보낸다.

디저트는 단호박죽

막내가 3시간째 디저트를 들고 다닌다.

"맛있다~~~"

그 고요하고 진심이 가득 담긴, 얼마 남지 않은 죽에 대한 연민 가득한 눈빛마저 담긴 톤이다.

무속을 읽다가 어제 식탁에 둘러 앉은 우리 가족을 생각한다.

누군가는 손목이 아프게 야채를 썰고 햄을 썰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기름을 두르고 햄을 익히고, 야채를 데쳤다.

누구의 그릇에는 참기름을 더 넣고, 누군가의 그릇에는 참기름을 살짝만 두른다.

그 손맛은 5인 가족의 입맛을 모두 알고 있는 무당의 지혜다.

집밥을 4시간 동안 먹으면서 행복해 할 수 있는 것은,

제 몸으로 10개월을 품었다가, 밖으로 내 보낸 후에도, 다시 품에 십수년을 안고 있으면서 심장의 박동과 눈빛과 얼굴색만으로도 상태를 파악하시는 황후의 무당 역할이 있기때문이다.

공동체 안에서 무속인은 권력을 탐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아웃사이더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그는 공동체를 제3자의 입장에서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신내림을 받은 이는 오직 그 신에게 복종할 뿐이다.

공동체는 문제가 생기면 그제서야 공동체의 바깥으로 몰아냈던 무당을 모신다.

그는 욕망에 덧씌워진 흐리멍텅한 눈이 아니라,

누구보다 예리하고, 본질을 꿰뚫는 날선 칼같이 시퍼렇게 공동체 구성원들을 뚫어져라 돌아본다.

그리고 그 공동체가 가진 더러운 욕망을 입 안 가득 물고, 칼춤을 춘다.

무당의 옷이 펄럭이고 그의 춤사위가 짙어지고, 북소리가 커져가면, 공동체는 모두 숙연해지고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욕망으로 저지른 모든 더러운 짓들을 용서받는다.

용서받은 자들만이 누리는 양심이 돌아오고, 도덕적 사고에 의지할 수 있는 능력이 회복된다.

다시 무속은 잊혀지고, 욕망에 서서히 중독되어 가지만, 희망이 있다.

다시 신과 이어져 있는 무속인을 부를 것이다. 

sd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