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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쉬운 결론우우한 것의 추락

너무 쉬운 결론

안개에 대한 시를 써서
형 이 시 어떠냐고
대학신문 문학상 마감 전날
수줍게 하얀 손을 내밀던 후배가
박사님이 되시고
평론가가 되시고
문학잡지사 편집부장이 되신 후배님이
정성들여 책 두 권을 보냈다
시와 삶이 별개일 수밖에 없는 이유
시가 궁극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물음을 아마 수없는 밤을 새며 고민한 책이라고 할까
시나부랭이 좀 끄적여 봤다는 치들은
한번쯤 부딪히게 되는 고민을
후배는 꽤나 긴 시간 화두로 삼아
논문으로까지 승화시켰다는 게 존경스럽다
설 연휴 틈나는 대로 읽고 또 읽었다
그 바닥을 떠난 지가 벌써 20여년
모르는 이름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문학의 실천성 문제는
세월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문제로구나
그 핵심은 알아 보겠다
나는 그 문제의 해답이 개인의 신념이라
생각했는데
그 후배가 던지는 깊은 질문에
어쩌면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에
너무 쉽게 결론을 내리지나 않았는지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자꾸 머뭇거린다
너무 쉬운 결론
그걸 확신으로 삼아 여기까지 온 건 아닌지
나는 자신이 없다
설 연휴가 끝나면 후배에게
꼼장어랑 아나고가 먹고 싶다고
좀 사주겠느냐 짧은 문자메시지를 보낼 예정이다
그리고 물어봐야 하겠다
내가 너무 경솔하고 경박하게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꼼장어 한 점 먹여 주며
꼭 물어봐야 하겠다
[우울한 것의 추락]
제목이 너무 멋지다
다만
[우울한 것들의 추락]이라 읽을 뿐이다.

#나의 시#문학예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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