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설
                   - 카르두치

고요히 내린다. 잿빛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도시의 고함도 소요도 이미 일어나지 않는다.

장사꾼의 고함도 달리는 수레바퀴의 소리도 없다.
사랑과 청춘의 즐거운 노래도 이미 들리지 않는다.

무거운 대기 속 흐릿한 뾰족탑으로 부터 귀에 거슬리게
시대는 신음을 한다. 마치 세월에서 떠나은 세계의 한숨과 같이

헤매는 새들은 불타는 유리창을 끈기 있게 두드리네.
내 영혼의 벗들은 돌아와 응시하며 나를 부르네.

그리운 것들아, 어서 조용하라. 오, 불굴의 심장이여--
내 고요를 향해 내려가 그늘 속에 쉬리니.

카르두치 : 의사이자 정치가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곳을 옮겨 다닌 그는 피사에서 문학을 공부하여 당시의 낭만파에 반대하고 국민문학 제창, 고전연구 등으로 이탈리아 근대문학의 정통적 방향을 설정했다. 고전의 운율을 살려 장중하면서도 밝은 시풍을 마련하여, 고대 로마의 찬미, 민족과 국가의 이상을 노래했다. 그러나 그이 고독과 가난 등으로 그의 시 일면에는 깊은 애수가 깔려 있기도 하다. 19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강설」은 눈 내린 도시의 고요한 모습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노래하고 있다. 모든 것이 끊어진 지금은 새로운 날들을 향한 출발적일 수 있다는 신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