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痕跡)

                           오드아이

서로 지워진 이제 우리의 접점은 반추(反追)
꽃 없이 향기롭던 어느 봄이라고 썼다
고양이 흰 수염끝 붉게 피었던 안부는 시들고
처마 밑에 목어 한 마리 소리내어 바람을 읽는다
맞은편 빈자리가 어느덧 편안해지고 나는
자꾸 내모습을 잊고 이제 누구의 오늘 일지 모를
거울속을 흑백으로 걸어나온다

오른손에 들린 수저가 가끔 너를 묻는다
이생이야 짧디 짧은 오십몇 하지만 수저는
몇백년전의 오른손을 기억해 또 너에 대해
한때의 나비 어느 길가 망초꽃 또 한번은 늙은 방물장수 였던
구전의 설화를 오래도록 말해주곤 했었다
처음 보는 네가 오른손을 잡던 날
그 오래된 수저 같던 느낌
나  이전의 내가 너 이전의 너에게 소스라칠때
이미 늦었다

얼룩 듬성한  전생의 일기를 덮는다
갈피 사이 방울 방울 솟아나오는 투명한 것
손끝에 받아보니 아직 따뜻하다
멀리 가지 못했다

혹시 물어도 될까
다음생 네 이름

오드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