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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전사한 명군의 장수에게서 책을 하나 얻게 되었다.

원래는 그의 부하가 찾은 것이었지만, 그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아부를 겸해 그에게 가져다 준 것이었다.

하르가치는 그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였다.

그것은 기초적인 도법 하나와 경공술이 적힌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익히기 시작하였다.

신기하게도 그 무공을 익히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다.

이미 알고 있던 심법에서 그 무공에 알맞은 호흡법을 찾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모르고 있었지만, 노인이 가르쳐 준 심법은 아주 특별한 몇 개의 무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무공에 알맞은 호흡법을 제공하여 무공을 좀 더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심법이 그것과 관련이 있는 무공에만 도움이 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는 각 문파에서 자신들의 무공에 적합한 심법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각 심법들은 상호 공유가 불가능하였고, 억지로 맞추다가는 주화입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다.

하르가치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만큼 노인이 가르쳐 준 심법이 고차원적인 심법이었다.

하르가치가 얻은 무공은 그렇게 위력적인 무공이 아니었으나, 하르가치가 연구를 하여 펼치게 되자, 그 위력이 두 배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원래 그만큼의 위력을 가진 것이라 착각하였다.

충분히 익힌 하르가치는 그 다음 전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고, 그의 활약에 힘입어 청군은 대승을 거두게 되었으며, 소닌은 더욱 더 그를 아끼게 되었다.

그는 소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고, 그에 따라 직위도 상승하였다.

제4장 이자성

명은 장거정이 사망한 이후 이루어진 신종 만력제의 실정으로 기울기 시작하여 희종 천계제에 이르러 확연하게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의종 숭정제가 나름대로 노력을 하였지만, 이미 기울어진 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계속된 실정과 기근 등으로 인하여 백성들은 피폐하였고, 서서히 난의 징후가 생기기 시작하다가 천계 칠년이자 숭정 즉위년에 섬서 징성현(澄城縣)의 왕이가 최초로 난을 일으켰다.

숭정 이년이 되자, 이런 농민반란은 점차 심각해지기 시작하였고, 수많은 농민반란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였다.

지도자를 옹립한 농민들은 현성을 습격하여 지현을 살해하고, 옥문을 개방하여 죄수를 풀어 주었으며, 아문(衙門 : 관청)을 파괴하였다.

이들은 또한 호족이나 지주의 저택과 곡창 등을 습격하여 식량과 재물을 약탈하였다.

초기의 지도자는 왕가윤(王嘉胤)이란 자로 그 시기부터 난의 규모와 파급지역이 확대되었다.

한편 이 시기에 하급 병사들은 급료의 지연 혹은 상관의 가로채기 및 물가상승에 따른 생활불안으로 인하여 반란군에 속속 참가하기 시작하였고,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부대의 병사들 역시 탈영하여 반란군에 들어갔다.

이들 이외에 역참의 인부인 역졸들이 반란군에 참가하였고, 조직 체험을 한 이들에 의해 반란군은 조직화되었다.

숭정 이년에 이루어진 역참제의 축소 재편은 이런 현상을 가속화하였다.

이자성(李自成)은 만력 삼십 사년 섬서성의 농가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빈촌 속에서는 비교적 유복하여 약간의 토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아버지가 사망할 시점에서는 경제상황이 악화되었다.

생활고에 쫓긴 그는 천계 육년 역졸이 되었지만, 이역(里役 : 일정한 지역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연대책임) 등의 이유로 애(艾)라는 자에게 고리채무를 지게 되었다.

애는 빚을 갚지 못하는 그에게 항쇄형(項鎖形 : 죄인의 목에 칼을 씌운 채 길바닥에 메어 두어 환한 대낮에 노출시키는 형벌)을 내렸고, 그의 아내는 현의 하급관리에게 넘겨졌다.

분노한 그는 애를 죽인 후, 조카 이과를 데리고 동료들과 함께 고향을 떠났다.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