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푸쉬킨

 

메마른 영혼은 괴롭다.

나는 걷는다, 음울한 광야를

 

여섯 나래의 천사가

방황하는 나의 앞에 나타나

꿈결처럼

가벼운 손길로 내 눈을 쓰다듬는다.

 

예언하던 나의 눈동자는

놀란 독수리의 눈처럼 커진다.

 

그가 내 귀를 만질 때

내 귀는 소리와 진동로 가득차고

이제 나는 듣는다.

하늘의 움직임,

창공을 치는 천사의 나래,

깊은 바다의 파동치는 물결,

그리고 골짜기 넝쿨이 자라는 소리를.

 

그는 나의 입에 고개 숙여

죄 많은, 그리고 거짓되고 수다스런

나의 혀를 잘라 버렸다.

그의 피묻은 오른손은

생명 잃은 나의 입 안에

지혜로운 배암의 혀를 심었다.

 

그는 긴 칼로

나의 가슴을 베고

숨쉬는 심장을 뽑아 버리고서

불에 달은 석탄 덩이를

갈라진 가슴에 대신 넣었다.

 

시신처럼 나는

황량한 사막에 버려졌다.

그 때 신의 음성이 나를 깨웠다.

「일어나라 예언자여

보고 그리고 들어라

나의 의지를 심고

태양과 대륙을 돌아

그대 목소리가

인류의 가슴을 불타게 하라.」

 

 

푸쉬킨 : 모스크바에서 옛귀족의 아들로 내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시적 재질을 

드러냈으며 고등학교 졸업 후 정치적 자유를 주장하는 시를 썼다가 추방당했다. 

유형지에서 흑해연안을 여행하며 바이런풍의 시를 쓰기도 하고 니콜라이 1세 즉위로 

시 검열직을 맡아 석방되었다. 이때부터 그의 화려한 창작시대로 그의 유명한 작품의

대부분을 집필했다. 31세 때 결혼한 그는 아내의 경박한 행동으로 정부와 결투하여

죽었다. 그는 러시아 근대 문학의 확립자로 인정되며 모든 장르에 있어 러시아 

문학의 진범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후의 러시아 문학에 흐르는 사상성 

현실성은 푸쉬킨에서 연유하는 것이며 그의 자유에 대한 신념도 러시아 문학의 

전통이 되었다.

 

「예언자」는 푸쉬킨이 가진 시인의 자세와 임무에 관한 그의 생각을 뚜렷이 드러낸다. 

즉 새로운 예언으로서의 시, 예언자로서의 시인의 임무를 강조한 것이다. 

세상과 동떨어져 있기는 하나 신의 혜택을 받아 민중에게 예언을 하여야 하는 것이 

시인의 사명이라는 푸쉬킨의 생각은 이 에 잘 나타나 있다. 그의 이러한 시관은 

후대의 러시아 문학의 주류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