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돌려줘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는 미래를 창조하라

 

“교육은 노후로 가는 여행을 위한 최상의 양식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김만섭(가명, 65세)는 서울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대기업의 임원 출신이었다.

회사에 근무할 때에는 높은 연봉으로 아들을 해외 유학 보내고 여유 있는 생활을 누렸다. 회사의 유능한 임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터라 호사에 오래 근무하고 경제적 압박도 받지 않았다.

노후준비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가 추구하는 인생의 제1의 목표는 자식의 성공으로 자식이 자신의 노후를 책임져 줄 것으로 기대한다.

다행히 아들은 미국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이 되어 집안의 자부심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본인의 퇴직과 아들의 결혼 준비에서부터 시작된다. 결혼을 앞두고 사돈집과의 경제적 형평성을 맞추고 아들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억 원이 소요됐다. 이 돈은 58세에 은퇴하면서 받은 퇴직금이다.

김씨에게 남은 자산은 달랑 5억 원 하는 집 한 채와 5,000만원이 고작인 것을 나중에 인식하게 되었다.

회사 다닐 때 받은 돈이 아들의 유학자금과 딸의 음악대학 입학에 모두 소진한 것이다.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워졌지만 김씨는 당당하고 뿌듯했다.

아들, 딸이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매월 20만원씩 보내는 효자였기 때문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점차 자식들의 방문도 뜸해졌다.

어느 날 아들이 찾아와 말하길 “아버지 직장을 외국회사로 옮겨 다음 달에 미국으로 이사 갑니다.”상의나 조언 대신에 일방적 통보인 것이다.

자식이 더 낳은 직장으로 간다고 하는 데 말릴 재간이 없다. 딸도 손주들 교육을 위해 캐나다로 이민을 가겠다고 한다.

 

자녀가 독립하여 집을 떠난 뒤에 부모나 양육자가 경험하는 슬픔, 외로움과 상실감을 빈 둥지 증후군 [empty nest syndrome]이라고 한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 데 내가 빈 둥지 증후군의 당사자가 되는 것인가?

 

삶의 질이 갑자기 추락하다

노후 생활비에 필요한 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것이다. 재취업을 위해 사방 돌아다녀보지만 젊은이도 힘든 직장구하기에 전문직 기술도 없는 사람에게 맞는 직장이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영업에 도전하는 것이다. 비상수단으로 집을 담보 잡혀 나온 자금으로 조그만 커피숍을 차렸다. 회사 다닐 때 마케팅과 전략의 대가였지만 자영업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서비스업의 왕 초보 수준으로 몇 달째 손해가 누적되는 것이 아닌가?

1년도 안되어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손을 들고 나왔을 때 서울에 있는 집을 팔고 손해를 막고 지방 변두리 집으로 전세를 가야만 했다.

열심히 일하고 지극한 자식사랑과 사회적으로도 볼 때에도 성공한 사람이었지만 노후가 쓸쓸하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여기서 김씨의 잘못된 자산관리를 되짚어본다.

첫째는 자식에게 올인 한 것이 가장 큰 실책이다. 

노후관리란 사회적 유대관계, 심리적 상태, 건강, 자산 등 챙겨야 할 것이 많다. 100세 장수시대‘재수 없으면 120살까지’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산관리이다.

대부분 50대 중반 부터 퇴직하는데 퇴직 후 30년 이상의 삶에 대한 생활비가 자동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퇴직금을 아들 결혼자금으로 몽땅 써 버리고 재직 시 연금이 나올 수 있도록 자산관리를 해야 한다. 또한 노후 삶의 철학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데 김씨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인생 과제 가운데 자식의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모습이다. 노후에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하는 순간 불행의 씨앗이 싹튼다.

인생 전반전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시간이었다면, 후반전은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즐거운 인생이어야 한다. 자신 스스로가 최고의 은퇴자산이다.

“새해의 지배자인 겨울 세 가지 은밀한 최고의 즐거움이 있나니 ,화롯가의 즐거움 가정의 행복 그리고 방해받지 않는 노년의 안락함과 느긋한 저녁 시간이여 - 윌리엄 쿠퍼

 

둘째는 서툰 자영업의 시작이다.

대기업에서 배운 글로벌 마인드나, 기획력 혹은 마케팅이 국내 현장에서 얼마나 효용가치가 있을 것인가? 오늘날 시장은 플랫폼 시대가 지배한다. 나이든 사람들이 경쟁했던 시장과 전혀 다른 패턴이다. 오히려 과거의 지식과 경륜이 시대에 뒤쳐진 걸림돌이 되기 쉽다. 토지 자본 인적자원으로 시작한 기업이라도 아이디어와 차별성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2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위다. 일하는 사람 넷 중 하나가 자영업자로 너무 많다.

실제적인 통계치를 보아도 명확하다. 자영업자가 3년 이내 망하는 비율이 10집 중 8명에 달한다. 이미 10집 중 3집은 적자 상태라고 한다.

KB금융그룹에 따르면 2018년 치킨집 창업은 6200곳인데 폐업은 8000개가 넘었다. 새로 생기는 곳보다 문 닫는 곳이 많다. 이유는 자명하다. 비용이 늘고 이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일 없는 삶, 결국 자영업으로 뛰어들게 만든다. 누구나 손쉽게 뛰어든 자영업의 비극이다.

 

셋째는 자산관리의 실패다.

“당신의 은퇴 자산 중 가장 중요한 자산은 무엇인가?”

자산이란 ‘유형, 무형의 물품, 재화나 권리와 같은 가치의 구체적인 실체(實體)’를 말하는데, 쉽게 생각하면 예금, 주식, 채권, 돈으로 환산되는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이다. 개인에 따라 은퇴 자산을 인식하는 정도는 다르다.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일정한 수입이 들어오는 수입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노후 생활비가 또박또박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노인 한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돈은 월 평균 200만 원 수준이고 좀 더 여유 있는 삶을 위해서는 약 300만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김씨는 모든 자산을 자식에게 쏟아 붓고 노후에 들어올 돈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던 것이다.

연금은 배우자보다 중요하다. 연금은 지식보다 강하다. 3중 연금을 준비해야 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다. 연금은 크게 나눠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으로 나뉜다. 공적연금의 대표는 국민연금이다. 노후를 국민연금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2028년이 되면 40%까지 낮아진다. 특히 현재 61세인 국민연금 개시 시기는 단계적으로 늦춰져 1969년생 이후부터는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게 된다. 55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할 때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6~10년 정도 `소득 크레바스(crevasse)`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적연금 중 개인연금보험은 45세 이상이면 연금을 받을 수 있고 5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고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되므로 절세 측면에서도 유리한 상품도 있다. 일시연금의 경우 목돈을 한 번에 넣고 얼마의 금액을 매월 받을 수도 있다.

 

명심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노후 준비

1. 3중 연금을 구축 한다.

2. 적립식 투자를 시작한다.

3. 직장 생활 신입사원 때부터 시작한다.

4. 자녀 교육비는 최대한 줄인다.

5. 부동산 비중을 적절히 하라.

6. 보장성보험으로 안전망을 구축하라

7. 종자돈 사다리를 타라

8.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9. 돈에 꼬리표를 붙여 관리하라

10. 자녀에게 돈의 원리와 경제지식을 가르쳐라.

11. 노후 대비는 자식교육보다 우선이다.

12. 건강을 지키고 인생을 즐겨라

 

행복의 10계명(출처: 김면기 박사)

△끈(끈끈한 인간관계) △끼(장기, 취미) △깡(강한 의지) △꾀(지혜) △꼴(자신의 얼굴은 자신이 가꿔가기) △꿈(희망) △꺼리(소일거리) △꾸(돈꾸러미, 경제적 준비) △건(건강)

 

노년 건강 7계명(출처: 동양정신문화연구회 회장 김면기)

‘다만 생각하기’로 다(많은 인간관계와 움직임 등), 만(만족), 생(생각을 바꾸기), 각(각성), 바(바른 자세), 꾸(꾸밈없는 밥상), 기(기분 좋게 감사하며 살기)로 풀이했다.

 

인생의 3분의 1은 노후다. 마지막 웃는 자가 최종승자다.

세상이 돈으로 통하는 만큼 은퇴 후에도 금융자산이 우선순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관리는 위험하다. 은퇴 후 일하지 않아도 주머니를 채워주는 연금이 얼마나 좋은 자산인가?

돈, 건강, 배우자 친구 등의 자산은 빼놓을 수 없는 은퇴 자산이다. 평생지기 친구가 3명만 있어서 인생을 헛살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오늘날 저금리 시대로 자산 10억 원보다 월 평균 100만원이 더욱 귀하다.

50세 근로자가 65세에 은퇴하고 85세까지 생활할 것으로 가상해 보고 필요자금을 산정해본다.

이 사람의 경우 은퇴 후에도 현재의 생활수준(200만원)을 유지하기 위해 은퇴시점에 4억8000만원(200만원×12개월×20년)정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매년 3% 이상의 운용수익률이 나와야 한다.

작은 돈이라도 일정하게 들어오게 하는 수입구조가 중요하다.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공부, 또 공부해야 한다.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통해 나에게 주는 의미와 일을 대하는 자신의 생각을 재정립해야 한다.

돈에 끌려가는 내가 아니라, 일을 끌고 가는 나를 만나라.

늙은 게 젊음보다 더 좋은 점을 찾아내라.

 

유머 한 마디

중년 여성과 사랑에 빠진 부자 노인이 의사에게 물었다.

“내 나이를 열 살 줄여 60살이라고 말하면 혼사가 성사될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요?”

그러자 의사가 대답했다.

“아니오. 오히려 본래 나이에 10살을 더 보태 80살이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미국 뉴욕 양키스의 포수였던 요기베라(1925~2015)가 남긴 명언이다. 은퇴 후에도 자산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엔 은퇴 후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노후난민 신세가 될 수 있다" _노지리 사토시 피델리티 은퇴투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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